매일신문

겨울 추억, 군고구마 장수는 다 어디로 갔을까

재료비 10년새 4배 올라, 종일 팔아도 적자 못면해

서민 먹거리인 군고구마
서민 먹거리인 군고구마'붕어빵이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구 수성구 목련시장에서 과일을 팔면서 추위를 이기려 군고구마 장사를 겸하고 있다는 한 상인이 손님에게 군고구마를 팔고 있다. 서광호기자

겨울철 허기를 달래고 온기를 전하던 그 많던 군고구마'붕어빵 장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서민들의 간식 군고구마. 그러나 올겨울 대구에서 군고구마 손수레를 찾기가 쉽지 않다. 고구마, LP가스 등 원료비가 올라 팔아도 남는 게 없고, 노점 단속도 심해지면서 군고구마 장수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김수희(41'여) 씨는 최근 군고구마가 생각나 동네 여기저기를 찾아봤으나 군고구마 장수를 만나지 못했다. 지난 겨울만 해도 군고구마를 팔던 수레가 주황색 천막으로 덮인 채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다. 김 씨는 "예전에는 버스승강장이나 집 근처 골목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었으나, 올해는 군고구마 손수레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가 대구 수성구 목련시장에서 힘겹게 찾아낸 군고구마 노점상 박모(56) 씨가 그 해답을 들려줬다. 찾는 사람도 없고,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게 이유다. 과일 노점상을 하는 박 씨는 겨울이면 난로를 쬘 겸 몇 년째 군고구마도 함께 팔고 있다. 박 씨는 "군고구마 5개를 5천원에 팔고 있는데, 사는 사람이 없어 한 박스에 40개가 든 고구마를 파는 데 일주일이 걸린다. 더욱이 고구마값, 가스비 모든 게 올랐지만, 군고구마를 비싸게 팔 수도 없어, 자연스럽게 군고구마 장수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고구마값이 10년 전보다 4배나 뛰었고, 가스비도 해마다 올라 군고구마를 1개씩 팔아서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 어쩔 수 없이 5개씩 묶어 파는데, 그나마도 손님들이 비싸다고 손사래를 친다"고 덧붙였다.

붕어빵 장수도 마찬가지 신세다. 온종일 구워도 손에 남는 건 1만~2만원에 그치니 이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게 상인들의 이야기. 중구의 한 골목에서 만난 김모 씨는 "하루에 10만원어치를 팔아야 4만원 정도 가져가는데, 요즘은 3만~4만원어치도 팔기 어려워 겨우 입에 풀칠만 한다. 그나마도 밀가루며 팥이 중국산이 아니냐 묻고는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는 또 "노점이다 보니 주변 가게들의 신고에다 구청 단속반까지 피해야 해 붕어빵 장사를 하려면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푸념했다.

고구마 굽는 통이나 붕어빵 틀을 만드는 업체들도 울상이다. 이들 업소가 밀집한 칠성시장에서 만난 한 제작업소 사장은 "일주일 동안 1개도 못 팔았다. IMF 외환위기 때 실직자들이 군고구마, 붕어빵 장사를 하려고 줄을 서서 사간 이후 조금씩 인기가 시들하더니 최근에는 아예 구경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했다.

군고구마, 붕어빵 등 서민 군것질거리가 사라진 데는 노점 단속도 원인이 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쉽게 붕어빵 노점을 찾아볼 수 있었던 동성로 일대는 대구시와 중구청이 2008년 8월부터 노점을 정리하고, 가판임대로 전환하면서 급속하게 그 수가 줄었다. 동성로 골목에서 국화빵을 파는 윤모(58) 씨는 "실컷 팔아 세주고 나면 남는 게 없으니, 누가 이걸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가판 임대 이전 겨울에는 평일에 10만원 이상의 매상을 올렸으나, 요즘엔 5만원어치만 팔아도 재수 좋은 날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해서 겨우 몇만원 손에 쥐지만 밀가루며 팥값, 임대료를 빼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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