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전 세계에서 산업관광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다. 일본 내에서 관광지로 운영되는 산업유산은 1천여 곳에 이르며 이 중 100여 곳에는 연간 10만 명이 넘게 방문한다. 해외 방문객 중 13.1%가 일본의 발전된 산업 관광지를 찾을 정도다. 2007년 일본 국토교통성은 산업관광의 추진 전략을 마련했고, 2011년부터 산업관광 포럼을 열고 우수사례를 선정하고 있다. 민간 기업 주도로 산업관광이 이뤄지는 점이 특징. 관광지와 숙박시설, 주변 지역 연계 상품도 개발해 홍보하고 있다.
◆도쿄 산업관광의 중심, 오다이바
도쿄 오다이바는 도쿄만에 들어선 거대한 상업'레저 복합시설이다. 도쿄 도심과 레인보우 브릿지로 연결되며 쇼핑타운과 대관람차, 후지TV 본사, 도쿄 최대의 박람회장인 빅사이트 등 다채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다이바에 자리 잡은 산업관광 명소는 도요타 메가웹과 파나소닉센터이다. 2002년 9월 개관한 파나소닉센터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설립됐다. 같은 규모의 전시장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을 30% 줄이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시스템이 도입됐다. 1층에는 파나소닉 제품을 전시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관찰하고 제품 개선에 활용한다.
리수피아(RiSuPia)로 이름붙인 2, 3층은 어린이들이 과학 상식을 체험을 통해 익힐 수 있는 시설들로 구성돼 있다. 한 어린이가 접시 모양 안테나로 공을 집어넣었다. 이리저리 튀던 공은 이내 한곳으로 모인다. 전파가 안테나로 수집되는 원리를 보여주는 장치다. 블랙홀에 별이 빨려 들듯 빙글빙글 공이 회전하는 장치 앞에도 관람객이 모였다. 이곳 홍보 담당자인 아츠시 이노우에 씨는 "아이들이 과학과 수학에 더 흥미를 느끼게 함으로써 뛰어난 기술자를 양성하고 기업의 기술 발전에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나소닉센터 인근에는 일본 최대 규모의 자동차 테마파크인 도요타 메가웹이 있다. 도요타자동차에서 생산하는 모든 차종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1999년 개관한 메가웹은 1만3천㎡ 규모로 연간 20만 명이 찾는다. 이곳에서는 도요타의 모든 차종을 직접 만져보고 시승할 수 있다. 자동차 주행을 가상체험할 수 있는 극장과 모터스포츠 관련 상품을 전시한 판매장도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수소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신기술이 접목된 자동차 앞에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자동차 레이싱 게임기 앞에는 백발의 노인과 아이가 함께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참가한 렉서스 자동차의 겉면에는 이곳저곳 흠집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메가웹과 이어진 히스토리룸에는 1950~1970년대 생산된 전 세계의 클래식 자동차 30여 대가 전시돼 있다. 도요타는 구입하거나 기증받은 자동차를 모두 분해해 사라지거나 고장 난 부품을 새로 만들고, 엔진을 분해해 정비한 뒤 재조립했다. '모든 자동차는 아름다운 작품이자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이곳 홍보 담당자 야마구치 씨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자동차를 알고, 타고, 만지게 해 줄 수 있는 곳"이라며 "자동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메가웹에서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이 즐거운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1859년 처음 개항한 요코하마는 일본에서 서양 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이다. 중국 면 요리가 현지화된 라멘이 처음 생겨났고, 아이스크림과 돈가스도 요코하마를 통해 들어왔다. 일본 맥주 산업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요코하마시 츠루미구에는 기린 요코하마 비어 빌리지가 있다. 19만㎡ 규모로 요코하마 스타디움의 7.2배 규모이며 일본 내 생산량 1, 2위를 다툰다. 이곳에는 매일 6차례 견학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되며, 연간 17만 명이 찾는다. 견학 프로그램은 1888년 시작된 기린 맥주의 역사와 품질 관리에 대한 동영상 관람부터 시작된다. 관람객들은 맥주의 원료인 맥아를 직접 씹어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내 직원이 건넨 작은 잔에는 달콤한 맥즙이 담겨 있다. 맥즙은 맥아를 당분으로 분해한 맥주의 기본 원료다. 여기에 홉을 첨가해 끓인 뒤 효모를 넣고 발효시켜 저온에서 1, 2개월간 저장하면 맥주가 된다.
요코하마시 신요코하마역 인근에는 라멘 박물관이 있다. 일본인의 라멘 사랑은 유별나다. 일본에는 적어도 30종류 이상의 지역 특산 라멘이 존재한다. 1994년 3월 문을 연 이곳은 전국 각지의 유명 라멘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958년 일본 거리를 재현한 지하에 자리 잡은 라면 가게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이 늘어서 있다.
요코하마 신항구인 미나토미라이21로 가면 인스턴트 라면 발명가 안도 모모후쿠를 기념하는 컵라면 발명기념관이 있다. 세계적인 식품회사인 닛신식품의 창업자인 안도 모모후쿠는 1958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1971년에는 최초의 컵라면인 컵누들을 발명했다. 2011년 9월 개관한 이곳은 2년 만에 누적 방문객 2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명소로 꼽힌다. 너른 계단을 따라 오르면 3천여 점이 넘는 전 세계 인스턴트 라면이 3개 벽면에 전시돼 있다. 한국의 라면들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관람객들은 연신 라면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키가 제멋대로 보이는 공간과 빛나는 조형 등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창조 공간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자신이 직접 컵을 디자인하고 원하는 수프와 건더기를 넣을 수 있는 마이컵라면 팩토리에는 수백여 명이 빼곡히 둘러앉아 자신만의 라면을 만들었다.
요코하마 산업 관광의 백미는 공장 야경 크루즈다. 정글처럼 빼곡히 들어선 공장들을 둘러본다는 의미로 '정글 크루즈'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존의 버스 견학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1, 2곳밖에 둘러볼 수 없는 점에 착안한 관광 코스다. 출발하자 배 뒤편으로 미나토미라이21이 한눈에 보이고 노을이 지는 건물 사이로 멀리 후지산이 보인다. 배는 1시간 30분에 걸쳐 다이코쿠후토, 도쿄전력 요코하마 화력발전소, 도시바게이힌사업소, 가와사키 천연가스발전주식회사, 신일본석유화학 등을 둘러본다. 눈은 경관을, 몸은 배의 흔들림을 즐기며, 코로는 공장마다 다른 냄새를 느낄 수 있다.
글'사진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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