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해인 올해는 십 년 주기의 대세전환이 시작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양적 완화로 대공황을 모면한 바 있는 세계경제는 향후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문제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터졌는데 이제 본격적인 수습과정에 진입하면서 관련 비용은 주로 신흥국가들에 전가되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건, 원화 강세 압력이 세지건 어떤 식으로든 우리로서는 걱정스러운 한 해를 맞이한 셈이다. 더욱이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일본의 아베노믹스(Abenomics)는 변형된 형태의 시장합의이다.
즉 미국은 일본을 품에 안고 일본 엔화 약세를 통해 중국과 한국에 대한 절상압력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환율전쟁의 양상은 주변국과의 갈등을 높여 상당한 마찰요인으로 대두할 것이며 우리나라는 구한말의 혼란스런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가 고민해 왔던 문제들은 그동안에 취해왔던 거시정책 등의 대응수단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고용난이나 새로운 성장 동인의 모색, 지나친 양극화 해소 등은 과거의 처방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들이다.
급격한 기술변화로 경제패러다임이 바뀌는 데 정작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황안정을 위한 대응에 급급해 왔다.
자발적 변화 대신 점차 남한테 부담을 전가하는 정치적 해법에 매달리는 가운데 미래지향적 투자는 말라붙었다. 더욱이 당장 생존을 위협하는 대외여건마저 양적 완화의 축소과정에서 악화하고 있어 미래준비는 더욱 뒷전으로 밀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거듭된 금융위기로 시장신뢰가 바닥인 상태이라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해묵은 정책처방에 더욱 매달리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독일이나 싱가포르의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튼튼한 지방경제와 지식경제기반을 어떤 식으로든 지켜내야 한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경제는 창조경제의 구현에 필요한 개방과 다양성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정작 앞서 나가야 할 민간주체들은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고 상부하달식으로 기업가 정신만 강조해서는 개선될 상황이 아니다.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정신으로 우리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더 큰 자본으로 우리의 미래를 뒷받침할 수 있게 민간 스스로 기본을 지켜내야 한다. 민간 스스로의 자발적 생존노력이 존중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정책처방을 강화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당장 우리나라는 건실한 산업기반이 대외경쟁력의 토대임을 인식하고 산업고도화와 전문화를 통해 핵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향후 서비스 분야에서도 이러한 성공신화가 확산하기를 바라지만 최소한 지방경제는 다가올 충격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창조경제의 구현을 위해 IT 기반 융합을 현실화시키려면 각종 기술표준이나 규제 등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글로벌 기준으로 제약된 현 금융체제의 난맥상을 우리 여건에 맞게 고쳐나가는 노력도 해야 한다. 자금의 배분에 있어 특히 지방경제와 관련해서 스스로에게 족쇄로 작용하는 글로벌 기준의 일방적 적용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입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경제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식의 자가당착은 종식되어야 한다.
2014년은 엔화약세, 양적 완화 축소 등 우리 경제에 불리한 요인들이 우세하다. 따라서 거시환경적인 불안이 우리들의 미래준비에 장애물로 대두하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다만 정책처방의 경우 위기 직후와는 달리 대응수단이 고갈되었고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핵심역량을 지키고 이를 근간으로 다변화된 성장 동인을 이끌어내려면 자발적인 민간의 창의성이 구현될 수 있는 여건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자발적인 민관 공동 참여방식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다양한 성장모멘텀이 구현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과거 성장패러다임의 규제나 기준부터 고쳐나가는 노력이 가시화되어야 한다. 기득권들의 이익을 위한 '가두리 양식장'을 피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이 살아서 숨 쉬는 생태계로 발전시키려면 기득권부터 솔선수범해 미래지향적 변신을 해야 한다. 작금의 상황에서 튼튼한 지방경제의 진정한 미래지향적 변화는 다른 어떤 거시정책보다 유효한 선택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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