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오후 대구 서구 와룡로(중리동)의 한 얼음공장. 출고를 앞둔 얼음이 가득 찬 창고 문을 여니 허연 김과 함께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창고 안 온도는 영하 13℃. 겹겹이 옷을 입어도 빈틈을 찾아 스며드는 냉기는 몸을 움츠리지 않고서는 참기 어렵다. 이곳(태평냉동)에서 일하는 김성진 씨는 "창고 밖을 나오면 마치 사우나 온 기분"이라고 했다.
산과 들이 어는 겨울에도 얼음공장은 돌아간다. 얼음공장 사람들의 수은주는 영하 10도 아래에 맞춰져 있다. 겨울에도 얼음이 필요한 데가 있을까?
태평냉동 김광원 대표는 "여름보다는 못하지만 겨울에도 얼음은 꼭 필요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얼음이 사용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장을 나온 얼음이 가장 환영받는 곳은 찜질방이다. 바깥은 춥지만, 찜질방에 몇 분만 앉아 있어도 땀이 나 시원한 음료수를 찾게 된다. 커피, 녹차, 식혜 등 이곳에서 파는 음료에는 대부분 얼음이 들어간다. 달서구의 한 찜질방 관계자는 "찜질방은 겨울에 손님이 더 많다"며 "덩달아 냉 음료가 더 많이 팔려 각 얼음을 여름철 물량의 2배 이상 들여온다"고 했다.
얼음은 호텔 등 각종 행사장에서도 대접을 받는다. 호텔 관계자는 "행사장 입구에 놓인 얼음 조각물은 분위기를 돋우는 데는 최고다"고 했다. 얼음조각축제, 눈축제 등 겨울 축제장에서도 얼음은 빠지지 않는다. 김 대표는 "부곡 하와이, 경주 블루원 리조트, 안동 암산 얼음축제, 비슬산 얼음축제 등에 얼음을 납품했다. 얼음은 미끄럼틀, 이글루 등에도 쓰인다"고 했다. 눈썰매장 바닥에도 얼음이 쓰인다. 커다란 얼음으로 바닥을 다진 뒤 인공눈을 덮는데, 이때 120㎏짜리 1천 개가 한꺼번에 사용된다.
얼음제조는 물과 냉장고만 있으면 될 것 같지만 제법 손이 많이 가는 작업과정을 거친다. 우선 물탱크에 모아두었던 물을 두 단계 정수과정을 거쳐 틀(가로 130㎝'세로 30㎝'높이 50㎝)에 붓는다. 그리고 48시간을 기다린다. 마냥 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틀에 넣은 물이 반쯤 얼 때까지 파이프를 꽂아서 계속 공기를 불어넣어 준다. 이렇게 해야만 얼음이 투명해진다. 허연 얼음은 찾는 데가 별로 없고 가격도 낮아 얼음공장은 이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제작된 얼음은 통째로 쓰일 장소로 보내지기도 하고, 각 얼음으로 변신해 찜질방, 커피숍, 재래시장, 마트 등으로 간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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