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남북의 뜻을 모아야 한다

반세기 이상을 떨어져 살면서 남과 북의 말과 글이 너무도 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에 다시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남북 양측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중국 선양에서 실무접촉을 하고 이달 중으로 공동회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2005년 2월 남북 편찬위원들이 금강산에서 결성식을 하면서 시작된 겨레말큰사전 편찬작업은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중단되었으니, 공동회의가 4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공동회의는 남북 학자들이 모여 단어 뜻풀이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겨레말큰사전은 남한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서 뽑은 단어와 새 어휘를 합한 38만 개의 단어 중 양측이 합의할 수 없는 5만 단어를 뺀 33만 단어를 올림어(표제어)로 하는 일종의 '통일 사전'이다. 정부는 2013년까지 250억 원을 투입해 12만 단어에 대한 뜻풀이를 해왔으며, 북한도 이와 관련된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분단과 함께 남북은 오랜 세월 서로 다른 이념과 정치체제 속에 살아오면서 언어의 이질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남쪽은 국적불명의 외래어가 범람하고 있고 북쪽은 이념적인 어투가 횡행하고 있어, 당장 남북한 학생들이 만나도 의사소통이 쉽지 않을 지경이다. 각자 새로 생겨난 말도 많고, 같은 사물을 다르게 일컫는 사례도 허다하다.

말과 글을 하나로 아우르는 것은 남북통일 후 이질화된 사회를 통합하는데 가장 큰 모태가 되는 중차대한 일이다. 언어통일 없는 남북통일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북의 정치적 대립 상황과 관계없이 멀리 내다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독일은 분단시대부터 동서가 힘을 합쳐 '괴테 사전'을 만들었고, 중국과 대만도 '양안상용사전'(兩岸常用詞典)을 제작해 말의 길을 하나로 터 가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떨어진 핏줄을 잇는 것이라면, 겨레말사전 편찬은 일제강점기에도 지켜온 민족의 얼을 되살리는 일이다. 이미 많은 예산을 투입한 가운데 절반을 넘어선 겨레말큰사전 편찬과업이다. 꿋꿋이 밀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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