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은 말 그대로 '적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뜻이다. 조선 인조 때 문신인 홍만종은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도리를 어긴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비유한 말'이라 했다. 일본어로는 우리와 비슷하게 '도적이 더 사납다'(盜人猛猛しい)라고 하는 데 영어 표현은 'Don't start with me when you're the one who's done wrong'으로 다소 부드럽다. '네 잘못이 있을 때는 (잘못 추궁을) 나부터 하지 마라'는 정도다.
롯데마트 대구점과 홈플러스 동촌점이 2012년 1월부터 7개월 동안 유통기한을 어긴 냉동 수산물을 팔다가 적발됐다. 대구 동구청은 각각 15일과 7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마트 측은 이에 반발해 대구지방법원에 행정소송과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당장 영업정지를 피했다. 양측은 "과징금 처분이 가능한데도 영업정지를 내린 것은 과한 처벌", "최신 포장기법이어서 냉동식품을 해동해도 3일은 신선하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영업정지의 피해는 소비자와 납품업체에 돌아간다는 상투적인 협박성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대형마트치고는 구차한 적반하장이다.
특히 롯데마트는 지난해 5월에도 냉동 갈치를 냉장 갈치인 것처럼 팔다가 적발돼 영업정지 7일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때도 불복해 대구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소해 결국 과징금으로 대체했다. 이재만 동구청장이 대구시에 항의도 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얼마나 분했던지 이 구청장은 자신의 책에 '대형마트와의 불편한 관계'라는 글을 썼다. 구청의 정당한 행정처분에 대해 대구시 행정심판위원회가 54일 동안이나 결정을 미루다 과징금으로 대체했는데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며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대형마트로서는 억울한 점이 있고, 1천여만 원의 과징금도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먹을거리에 대한 위법 행위는 알면서 행하는 파렴치범이다. 절대 관대해서는 안 된다. 또, 하루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마트에 대한 천만 원대 과징금 처분은 위법 행위에 대한 면죄부와 같다. 법은 지키라고 만든 것이고, 위반 때 처벌하는 것은 다시는 같은 짓을 되풀이 말라는 뜻이다. 적반하장 식의 행정소송에는 가중 처벌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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