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키는 잘 자라고 있는 것일까. 몸무게는 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자녀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는 누구나 자신의 아들 딸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누워만 있던 아기가 어느새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을 때 부모들은 기뻐한다. 그러다 앉고, 기고, 서다가 마침내 첫발을 뗄 때는 환호성을 지른다. 아이가 나이에 맞춰 제대로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성장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기 위해 때때로 몸무게, 키, 가슴둘레, 머리둘레를 재어보기도 한다.
인간의 삶은 경이로운 변화의 과정이다. 인간은 태아의 순간부터 성장하고 변화하며 발달해가는 능력이 있으며, 출생 후에도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겪으며 죽음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성숙해 간다.
신체 성장에 못 따르는 정신 발달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장기들이 커지고 무게가 늘어나는 것을 '성장'이라고 한다면, 신체의 각 부분이 일정한 순서에 따라 새로운 기능을 얻어 가는 것을 '발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몸무게가 늘어나고, 키가 자라며, 가슴둘레'머리둘레가 커지는 것은 성장이다. 이에 대해 나이에 맞게 고개를 가누고 뒤집고 앉고 기고 서고 걷는지, 물건을 잡을 수 있는지, 부모를 보고 웃거나 적절한 시기에 낯가림을 하고 놀이를 하는지, 말을 잘 하는지 등은 발달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발달이란 한 인간이 주위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해 가기 위해 신체적, 사회적 독립성을 획득해 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적 발달과 더불어 정신적, 사회적인 발달이 병행되어야 균형잡힌 인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인 성장과 달리 어느 한 면의 발달이 늦어지거나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발달장애라 한다. 발달장애는 운동, 언어, 사회성과 적응능력, 인지 및 문제해결 능력의 부족 등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운동능력이 떨어지면 운동 발달장애를, 말이 늦어지면 언어 발달장애를 의심하게 된다. 주위 환경에 관심이 없으면 사회성 발달장애로 자폐증을 생각하게 되고,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면 지적장애를 의심하게 된다.
조기 진단 치료하면 정상 생활 가능해
발달장애는 전체 어린이의 5~10%로 알려져 있다. 발생빈도는 낮으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는 뇌성마비, 지적장애, 특수 감각기능장애가 있으며 이들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다. 빈도는 높으면서도 장애 정도는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질환으로는 학습장애, 주의력 결핍장애 등이 있다. 이런 장애는 늦게 취학 시기가 되어서야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장애들은 일찍 발견할수록 일찍 치료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잘 듣지 못하여 말이 늦은 아이는 조기 진단만 하게 되면 내이 이식술(귀에 기계를 심어 듣게 하는 것) 등을 통해 거의 정상적 생활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부터 영유아 검진사업을 통해 발달장애를 일찍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검진율이 그리 높지 못하다.
아이의 요구에 부모 반응이 중요
발달장애 중에 '조절장애'라는 것도 있다. 지나치게 울고 잠도 잘 자지 않으며, 잘 먹지도 않는다. 부모에게 지나치게 달라붙거나 무관심하고, 분리불안이 심하면서 공격적이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이런 어린이들은 대부분 이미 생후 6개월 이전에 심하게 보채고 우는 특징이 있었다. 그래서 조절장애를 '우는 아이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음식 섭취 장애, 수면장애, 분노 발작, 행동과다증후군, 야뇨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한 번 울기 시작하면 부모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다. 부모들은 점점 지치고 부담이 심해지면서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부모들은 자기들이 좋은 부모가 아니라는 죄책감에 빠지게 되고, 무력감과 우울증에 빠진다. 다음 날 출근을 위해 부부 중 한 사람이 다른 방을 쓰다 보면 부부간의 갈등까지 증폭될 수 있다. 마침내 아이에 대한 분노의 마음이 들면서 더이상 요구에 반응하지 않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드는 것이다.
아이의 요구에 부모의 반응이 적절하지 못하면 이러한 악순환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산아 및 미숙아가 늘어나고, 핵가족과 다문화 가정 등 가족 문제에 의한 어린이 발달장애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발달장애를 통합적으로 일찍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소아정신과, 재활의학과뿐만 아니라 발달심리치료, 상담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음악치료 및 특수교육 분야의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며 가족 중심의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도움말: 김준식 교수(계명대 동산의료원 소아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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