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겨울 해초 숲

아름다운 해초가 몸 휘감는 위험 될 수도

어린 시절 푸른 바다에서 하늘나라로 갈 뻔한 적이 있었다. 1986년(필자 나이 15세) 1월 1일,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새해 첫날, 이송도라는 곳에서 혼자 바다에 들어갔다. 그날은 날씨도 좋고 파도 또한 잔잔했다. 자주 가던 곳이라 낯선 곳도 아니었다. 공기통 하나를 등에 메고 먼 바다로 갔다가 해변으로 돌아오면 끝나는 신비한 물속 여행이었다. 15m 수심까지 갔다가 해변으로 돌아가는 길. 수심은 점점 얕아지고 물속은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상층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아름다웠다. 경험이 별로 없는 필자는 그 아름다움에 매혹돼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하였다.

입수해서 먼바다로 나갈 때에는 바닥에 붙어 갔기 때문에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으나 해초 숲을 쉽게 통과했다. 그러나 돌아올 때엔 상층부의 해초 밀도가 높아 앞으로 나아가기가 무척 힘들었다. 뭐 별일 있으려니 하고 무리하게 계속 전진하다 보니 온통 팔다리에 해초가 감겨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허둥대며 무리하게 힘을 쓰다 보니 공기가 점점 고갈되어 갔다. 급기야 공기가 완전 소진되고 말았다. 숨을 쉬고 싶었으나 공기통에 공기가 없으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물속에 들어가야 공기의 소중함을 안다고 했던가. 교회에 다니지 않았지만 하나님 아버지를 찾아 착하게 살고 교회에도 열심히 나가겠다고 간절히 기도했다. 점점 질식해가고 있음을 직감한 필자는 결국 마지막 수단인 납벨트를 풀었다. 납벨트를 풀면 잠수복의 부력 때문에 뜨게 된다. 벨트를 풀자 몸이 둥 하고 떠올랐고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살았구나!

대자연과 함께하는 레저활동에서는 사소한 변수 하나도 사고로 연결된다. 물질의 안전수칙에는 혼자 물질하지 말고, 짝(둘)으로 하라는 게 있다. 아주 중요한 원칙이다. 스킨다이빙이든 스쿠버다이빙이든 매한가지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즐기면 즐거움이 배가되고 위험은 줄어든다. 요즘은 부력조절기라는 조끼처럼 생긴 장비를 꼭 사용하라는 게 안전수칙이지만, 그 당시엔 그런 장비도 귀해서 등판이라는 더 간단하지만 덜 안전한 장비를 쓰던 시절이었다.

스킨다이빙을 하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상승을 지켜봐야 한다. 얕은 물속에서도 기절이라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도 또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한 가지 예다. 초과 호흡을 3, 4회 정도만 해주어야 하는데 더 많이 할 경우 상승 시 산소 부족으로 얕은 물에서도 기절하는 것이다. 스킨다이빙은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는 게 관건인데, 이 초과 호흡을 오래하면 몸은 숨쉬고 싶지 않은 느낌이나 산소 부족으로 상승 도중 얕은 물에서 기절하는 것이다. 셸로 워터 블랙아웃이라고 하는데, 앞이 캄캄해지면서 기절하는 것이다. 이 반대의 현상이 레드아웃이라는 게 있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급강하 할 때 일어나는 것인데 앞이 빨갛게 되는 걸 말한다. 이런 경우 조종사는 위로 작용하는 원심력으로 인해 뇌와 안구의 혈관으로 피가 쏠리게 되고 심하면 안구나 뇌의 혈관이 터져 내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스킨다이빙 시 얕은 물속에서 짝이 기절하면 건져 올려서 간단한 인공호흡만으로도 바로 소생시킬 수 있다.

어떻든 물질할 때에는 즐거움을 위해서, 안전을 위해서도 짝이 필요하다. 대자연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떤 대상도 봐주거나 살살 어루만져 주지 않는다. 지식과 충분한 훈련, 적절한 장비 없이 나섰다가는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 그것이 바로 대자연이다.

고경영(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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