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겨울이면 철새 도래지에는 다양한 겨울 철새들이 비상(飛翔)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 인근에는 대형 맹금류인 독수리가 무리를 이루어 비행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자! 당신이 독수리의 비행을 관찰했다면, 그들이 어떻게 날고 있었는지 기억해 두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 가 보자. TV 다큐멘터리에서 날다람쥐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는 모습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비막(飛幕)이라 불리는 날개를 펴고 제법 멀리도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이 날다람쥐와 독수리의 비행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과연 이 둘의 비행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또 우리의 패러글라이딩과 어떻게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일까?
갖은 용을 써가며 캐노피를 일으켜 세우고, 날개가 앞뒤 좌우로 쓰러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가면서 몇 번의 테스트 끝에 겨우 지상훈련을 마치고 꿀맛 같은 첫 비행을 하였더니,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고 끝없는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면? 아서라! 아직 당신이 만나야 할 비행의 즐거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니, 당신은 이제 겨우 '활강'을 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패러글라이더는 이륙을 한 이후부터는 전진하는 것과 동시에 천천히 아래로 떨어진다. 이것은 중력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이 중력보다 큰 힘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절대 상승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새들은 날개를 퍼덕임으로써 그 힘을 발생시키고 (이 힘을 추력이라고 한다.) 자유롭게 비행을 하게 되지만, 날다람쥐는 단지 비막을 펼치고 있을 뿐이므로 그저 천천히 떨어지면서 전진하는 활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실망하지는 말라. 단지 날개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상승과 비행을 자유롭게 하는 독수리가 있으니 말이다. 패러글라이딩의 비행은 독수리의 활공 기술을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수리와 같은 대형 조류들은 소형 조류들이 비행하듯이 끊임없이 날개를 퍼덕거리면 금방 에너지를 소모해버리고 탈진하게 된다. 그래서 대형 조류들은 가능한 한 날개를 펼쳐두고 상승기류를 찾아 비행을 한다. 패러글라이딩도 이와 같아서 이륙과 동시에 이런 상승기류를 찾아서 고도를 높이고 좀 더 멀리 오래 비행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런 상승기류를 찾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패러글라이딩은 그저 날다람쥐의 활강처럼 높은 곳에서 이륙하여 좀 더 멀고 낮은 곳으로 날아가는 것만 하게 될 뿐이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상승기류는 위치와 발생 조건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면 상승풍'과 '열 상승풍' 이렇게 두 가지의 상승기류를 가지고 비행을 한다. 패러글라이딩 파일럿들이 통상 '릿지'와 '써멀'이라고 부르는 이 상승기류는 활공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급자들에겐 찾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찾더라도 상승비행이 쉽게 되지는 않는다. 그럼 그게 무슨 재미냐고 반문하게 된다면? 아이러니컬하게도 많은 패러글라이딩 파일럿들이 이 상승비행의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캐노피를 펼치고 이륙해 상승기류를 찾아 들이대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홀로 활강하는 날다람쥐처럼 시작된 당신의 비행은 이제 독수리처럼 무리지어 상승하는 동호인들의 비행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날다람쥐처럼 좁은 숲 속을 날아다니는 '활강'에서 독수리처럼 저 멀리 높은 곳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굽어보는 '활공'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러하니, 그대여! 이제 무리지어 날아오르라. 놀랍지 않은가! 패러글라이딩…. 하늘 위의 사람과 사람 사이란 것은 그저 작은 날다람쥐에 불과했던 이를 저 큰 새, 빅버드, 독수리로 만들어 버리니 말이다.
조영근(빅버드 패러글라이딩 스쿨장'www.bigbirdp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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