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찜질] 불가마 기운 온몸에 쏙~ 참숯 효능에 피로 싹~

◆숯가마

설 명절이 지나자 또다시 추위가 매섭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게 뜨끈한 아랫목이다. 하지만 아랫목은 그저 마음속에서나 그려야 하는 그리움의 대상일 뿐이다. 참숯을 구워낸 뒤 남아 있는 가마의 열기로 찜질을 즐기는 숯가마 찜질은 어떨까. 황토로 빚은 가마는 고온의 숯과 결합해 가마 내부에서 원적외선을 방출, 뛰어난 제습 능력을 갖추는 등 건강에도 좋다. 장막을 걷고 들어서면 후끈한 열기가 '훅'하며 온몸으로 전해져 오고, 뜨거움을 참아가며 땀을 비 오듯 흘리다 보면 온몸이 개운해진다. 찜질 후 즐기는 담백한 숯불구이 삼겹살 맛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특히 큼지막한 참나무가 고열의 가마 속에서 며칠 밤낮을 타들어가며 숯으로 탄생하는 과정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건강도 챙기고 별미도 맛볼 수 있는 숯가마 찜질로 '설 명절 스트레스'도 함께 풀어 보자.

◆명절 지친 몸 숯가마로 달래볼까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삼산리 팔조령 구길에 위치한 '가창참숯가마'(053-767-5295)는 가족이 함께 명절 피로를 풀기에 좋은 곳이다. 어귀에 이르면 매캐한 군불 지피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숯 굽는 냄새다. 이곳 가창참숯가마는 매주 금요일 오전 숯을 꺼낸다. 숯을 빼내기 위해 입구를 터놓은 가마 앞은 이곳의 명당자리 중 하나. 가마 앞에서 숯불만 쫴도 황토 숯가마에서 나오는 원적외선과 참숯의 음이온을 피부 깊숙이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마 앞에 반원형으로 앉아 숯불을 쬔다. 숯가마 마니아들은 가마에서 숯을 빼는 시간을 물어봐 그 시간에 맞춰 오기도 한다.

숯을 빼고 나서 하루가 지나면 찜질방으로 활용된다. 손님들이 들어갈 수 있는 가마는 불가마, 고온, 중온, 저온 등 4개다. 불가마와 고온 가마의 경우 열기 때문에 초보들은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가마는 점차 온도가 식으면 불가마 간판을 달고, 그다음엔 고온방, 중온방, 저온방으로 바뀐다. 다 식은 가마엔 다시 참나무가 채워지고 불이 지펴진다.

고열의 가마 속에 들어서면 숨이 턱 밑까지 차는 듯하다. 하지만 이내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뜨끈한 열기가 뼛속까지 전해온다. 가마에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처음 30초 정도 찜질에 30초가량을 식히고 35초, 40초, 50초 등 서서히 시간을 늘려가야 한다. 보통 4, 5회 정도 하면 땀구멍이 열려 찜질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단 땀이 나면 2, 3분 정도는 가마 속에서 견딜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두어 시간 동안 실제 30여 분 정도 찜질을 즐기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온도에서 찜질을 해야 하는데, 들어가서 5분 정도 있어도 크게 힘들지 않다면 그것이 적정온도다. 김경희 대표는 "숯가마 찜질은 오래 하는 것보다 자주 하는 것이 좋다"면서 "그 외 옥돌방에서 기운을 받고, 황토방 등에서 휴식을 취하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29일 경산읍에서 왔다는 박성원(42) 씨는 이곳 마니아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들르는데, 숯가마에 몸을 지지고 나면 일주일은 거뜬하다"고 했다.

시집이 성주라는 맏며느리 이성숙(48·대구 달서구 이곡동) 씨는 설 명절에 대비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설을 지나면 온몸이 쑤시며 기진맥진이 돼요. 평소보다 몇 배 많은 음식을 하려면 며칠 동안 신경 써야죠. 여기저기 집안 정리에도 맘이 쓰이죠. 차례 지낸 후의 정리까지 생각하면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니까요. 숯가마 찜질을 하면 피로가 싹 날아가요. 물론 설 지내고 또 와야죠."

신기하게도 숯의 제습 성분 때문에 끈적거림이 없다. 이렇게 가마를 오가다 보면 어느새 얼굴은 뽀송뽀송해진다. 3, 4시간 찜질을 하고 나면 목이 타고 허기지게 마련. 옆에 있는 식당에서는 금방 구운 숯으로 고기를 구워먹을 수도 있다. 참숯에 잘 구운 삼겹살은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기에 충분하다. 이주경(52·여·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명절을 앞두고 바람도 쇨 겸 왔다"며 "숯가마에서 땀을 빼고 나면 컨디션이 좋아져요. 기분도 상쾌해지고요. 설에 힘들 것에 대비해 배려해준 남편이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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