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양의 Food 다이어리] 쌀요리 그라탕, 도리아, 필라프, 그리고 리조토

'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필자를 두고 탄생한 말인 것 같다.

철통 같은 밥순이인 필자는 일요일은 물론 공휴일, 심지어는 여행지에서도 철저하게 밥을 챙긴다. 밥순이의 특징은 매 끼니 철저하게 시간을 맞추어 식사를 준비하는 것과 더불어 면보다 밥을 더 우선시한다.

남들이 짬뽕과 자장면 사이에서 고민할 때 짬뽕밥을 외치고, 칼국수식당에서는 수육을 주문하여 일행에게서 얻어낸 칼국수 국물과 함께 밥을 먹는다.

밥을 좋아하는 습성은 타고난 식성이지만, 평생 자장면이나 칼국수, 라면을 전혀 입에 대지 않으신 친정어머니를 보면서 자란 영향이 큰 것 같다. (필자가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이었다면 쌀 CF는 단박에 따내었을 것이다.)

혹시 독자분들은 국수파이신가요.

그렇다 보니 이탈리안 식당에서도 당연히 파스타보다는 리조토를 선호한다. 리조토와 도리아는 뭐가 다를까, 그라탕은 또 뭘까. 그러고 보니, 스페인 요리인 빠에야가 생각이 나서 군침이 돈다. 서양에서도 쌀로 만든 요리가 제법 있다.

우선 리조토(리소토, risotto)는 쌀(Riso)와 최고(ottimo)라는 말을 합친 '최고의 쌀 요리'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영어사전에는 이탈리아식 볶음밥이라고 명기 되어 있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볶음밥은 아니다. 두꺼운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넣고, 파나 양파를 넣고 볶아, 오일에 파 향이 배면 쌀을 넣고, 화이트와인과 육수를 넣고 졸이면서 익혀낸 쌀 요리이다. 솥밥도 아니고, 죽도 아닌 딱 중간쯤의 밥 요리이다. 해산물이나 육류, 버섯 등을 넣은 다양한 스타일의 리조토가 있다. 리조토는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먹는 안티 파스토(Antipasto'전채요리)이다. 유럽에서는 쌀 요리가 드문데, 이 리조토를 이탈리아에서는 오랜 기간 북부에서만 먹었다. 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 전역으로 보급되었고, 전 세계로 퍼져, 이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쌀 요리가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식 리조토를 필라프라고 부른다.

필라프(pilaff)는 터키(터키어 pilav'프랑스어 pilaf)의 일반적인 쌀 요리 중의 하나이다.

쌀 또는 중동산 밀로 만든 쌀 요리를 터키에서는 필라우(pilau)라고 부른다. 이 터키식 필라우가 프랑스로 건너가 필라프가 되었다. 인도 요리에서는 브라오, 이란 요리에서는 보로우, 아프가니스탄 요리에서는 피라우로 불린다.

리조토와 필라프는 쌀알 모양이 길쭉하며 점도가 낮은 쌀을 사용한다.

리조토와 비슷한 맛과 스타일의 음식으로 빠에야가 있다. 빠에야는 에스파니아 동부의 발렌시아 지방에서 시작된 스페인 전통요리이다. 쌀과 해산물, 육류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샤프란과 육수를 넣어 익혀낸 음식으로 샤프란의 노란 빛깔이 쌀에 물들고 샤프란 특유의 향이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

전혀 다른 음식이지만 잘 헷갈리는 음식으로 그라탕(그라탱 gratin)이 있다. 그라탕은 해산물이나 육류, 버섯, 채소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토마토소스나 화이트소스뿐 아니라 다양한 기호에 맞는 소스를 얹고 치즈나 빵가루를 올려 오븐에 구워 내는 음식이다. 프랑스에서는 그라탕의 4가지 스타일이 있는데, 그라탕 콘브레, 그라탕 레제, 그라탕 라피트, 그랏샤쥬이다. 마카로니나 뇨키, 파스타에 소스를 얹어서 녹인 버터와 빵가루를 올려 노릇하게 구워내는 것을 그라탕 레제라고 한다.

그라탕과 도리아는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데, 도리스 지방의 그라탕을 도리아라고 한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귀족 도리아족을 위해 창작해 낸 이탈리아 국기의 세 가지 색으로 토마토, 오이, 계란 노른자를 사용하여 만든 요리를 도리아풍 요리라고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도리아를 라이스 그라탕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서양요리사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스위스인 셜리 웨일 씨가 창작한 요리이다. 그가 일본 요코하마호텔 뉴그랜드의 총요리장으로 근무하였던 1930년경에 탄생한 음식이다. 도리아는 버터에 볶은 밥이나 필라프 위에 베샤벨소스를 듬뿍 올리고 파마잔 치즈를 뿌려 오븐에 구워낸 음식이다. 해산물을 넣은 씨푸드 도리아, 닭고기를 넣은 치킨 도리아가 대표적이다. 오믈렛에 라이스를 넣은 오므라이스만큼이나 그라탕에 라이스를 넣은 아이디어로 밥순이인 필자에게는 더욱더 재미있고 귀한 음식으로 여겨진다.

대구에서 맛있는 리조토를 맛볼 수 있는 곳은 플레이트, 빠빠베로, 12키친앤바이다.

푸드 블로그 '모모짱의 맛있는 하루'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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