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오랜 세월 맏며느리로 나름 열심히 헌신해 온 저는 명절 때마다 동서들과 차별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힘이 듭니다. 시어머니는 그간 자주 관심을 가져온 며느리들의 효행 정도와 비교해 무심했던 저를 간접적으로 나무라십니다. 또 동서들이 친정에서 가져온 선물을 두고 사돈들끼리 비교하며 어려운 저의 친정 처지가 드러나게 하는 등 저를 비참하게 하기도 합니다. 더 힘든 것은 동서들이 어머니께 살갑게 애교를 떨면 그들만 예뻐하며 손에 물도 못 담그게 하는 등 저를 소외시킵니다. 그들이 웃고 떠드는 동안 붙임성 없는 저는 그저 주방에서 묵묵히 일을 하면서 서러움만 삼킵니다. 정말 명절날 시댁 가기가 두렵습니다. 남편도 한숨만 푹푹 쉴 뿐 방관하고 있습니다. 명절 때마다 당하는 시어머니의 차별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맏며느리로서 명절 때 각처에서 모이는 가족이나 친지들 뒷바라지만도 힘이 들 텐데 시어머니로부터 며느리들 간의 비교로 인해 위화감까지 겪어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게다가 긴 세월동안 며느리의 형편을 살피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차별이 되풀이되고 남편의 중재마저 없었으니 명절은 대단히 곤혹스러운 시간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젠, 새로운 관점에서 이 일을 풀어나가셔야 합니다. 우선 시댁 가족들이 귀하를 맏며느리로서 세워줌과 동시에 사랑받기에 충분한 귀하의 역량을 성장시켜야 합니다.
먼저, 시댁에서 느끼는 갈등에 대해 시어른께 용기 있게 말하는 것입니다. 차 한 잔 나눌 시간을 내어 시어머니께 겸손하고 정직하게 말씀드리세요. 매번 명절 때마다 동서들과의 차별적인 말과 행동 때문에 귀하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소외감을 느끼는지. 또 형편이 어려운 친정을 다른 동서들 친정과 비교할 때 그 자리가 얼마나 불편하고 야속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댁의 맏며느리로서 가족들로부터 얼마나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지를요.
이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사랑받지 못하는 시댁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말씀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대화는 시어른을 공격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어른의 행동에 상처받는 며느리의 마음을 알게 하여 새롭게 나를 안아주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답니다. 이것은 먼저 귀하가 스스로 귀한 존재로 여겨야 용기를 낼 수 있는 일입니다.
귀하가 마음속으로 또 하나 정리해야 할 것이 있군요. 시어른이 결혼한 자식들의 관심과 효심을 명절 때마다 저울질하는 당황스러운 행동조차도 시댁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 만들어진 그들 문화만의 심리적 역동의 결과라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시댁어른의 행동에 대해 탄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와 지혜가 생길 것입니다. 어쩌면 귀하가 서운하게 여기는 시어른의 행동들은 귀하를 미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맏며느리인 귀하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내려 하는 그분들의 미숙한 방법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귀하가 지금 당장이라도 다른 동서들처럼 시어른께 살갑고 다정하게 대하고 관심을 가져 보세요. 그것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시어른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요. 시댁과의 행복은 서로 소통하고 노력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어느 일방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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