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우리가족 이야기-친정엄마의 털모자

주말에 오라는 친정엄마 연락에 모든 일정을 접고 갔다. 현관문을 열자 큼지막한 신발이 가득 놓여 있었고 큰방에는 시끌벅적하니 모자를 덮어쓰고 거울 앞에서 웃음꽃이 만발이다. 방에 들어서자 엄마는 털모자 하나를 던져 주신다. 엉겁결에 받고 보니 다들 쓴 털모자 모양이 똑같았다. 그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영문도 모르고 모자를 쓰고 좋아 웃는 나에게 언니가 입을 연다.

옆집 새댁이 버린다는 털실을 엄마가 얻어다가 돋보기 끼고 우리 주려고 뜬 것이라고 했다. 팔순이 훌쩍 넘으신 우리 엄마, 사연을 알고 써보니 더 따뜻한 것 같았다. 보살핌을 받아야 할 당신이지만 아직도 당신 눈에는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은 자식들인가 보다.

듬성듬성하니 고르지 못한 뜨개질이지만 우리 엄마가 우리에게 손수 짜주신 정성이 가득한 마지막 선물 같아서 엄마와 언니들과 함께 모델처럼 포즈를 잡고 기념촬영을 했다.

TV 앞에는 굵은 대바늘과 돋보기, 짜고 남은 실타래가 놓여 있었다.

헤어질 무렵 머리에 하나씩 쓰고 현관문을 나서는 모습이 따뜻하게 보였을까?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바람이 숭숭 들어와 춥지만, 엄마집 갈 때는 꼭 쓰고 가자고 언니들과 약속하며 또 웃었다.

이유진(대구 북구 복현로)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장명희(대구 달서구 성서서로) 님입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84. ※2014년부터는 새로운 도로명주소로 기재해 주십시오.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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