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배터리 금속 성분 재활용 '도시 광산'…한국비철

한국비철은 다양한 성분 분석과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3일 공장에서 직원이 생산된 재료를 처리하고 있다.
한국비철은 다양한 성분 분석과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3일 공장에서 직원이 생산된 재료를 처리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한국비철 전경.
대구 달성군에 있는 한국비철 전경.
조성제 대표
조성제 대표

"농사를 지으면서 얻은 경험과 성실로 회사를 키웠습니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한국비철(대표 조성제)의 또 다른 이름은 '도시 광산'이다. 폐배터리와 전자회로에서 금속 성분을 분리해 재활용 원재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회사는 다양한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 유명 기업들과 거래하며 성장하고 있다.

◆농사꾼에서 사업가로

집안 종손이었던 조성제 대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10여 년간 농사를 짓다가 1997년 한국비철을 인수하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내 몸에 사업가의 피가 흘렀던 것 같다. 비철을 선택한 것은 까다로운 업종인 만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자본금 2억5천만원으로 한국비철을 인수했다. 당시 회사 사정은 형편없었다.

그는 "1998년 매출이 11억원에 불과했다. 품질은 물론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비철사업은 허가를 받아야만 운영할 수 있는 까다로운 업종이다.

조 대표는 일찌감치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를 통한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제품의 생명은 품질'이라는 신념으로 야근을 수시로 하면서 품질 표준화에 힘썼다"며 "농사를 지을 때 터득한 집념과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또 제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직원 교육을 강화했으며 수요처의 요구에 맞추려 노력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회사는 품질인증(ISO 9004)을 획득하고 2003년에는 미국 '알파메탈 전자소재회사'의 품질 기준 테스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2008년부터는 해외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연구개발로 자동화 성공

조 대표는 자체 연구는 물론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에 집중했다. 그는 "'기술개발이 곧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신념 아래 지역 주요 대학과 공동 기술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국비철은 2003년 경북대와 나노 금 생산 특허출원을 했으며 계명대와의 공동 기술개발로 2004년엔 제련 과정에서 납 회수율을 올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같은 연구 성과를 회사 설비 개선에도 적용해 생산량을 늘리는 효과도 거뒀다.

조 대표는 "2010년 20억원을 투자해 시설을 개선하면서 800억원가량 생산이 가능한 체제로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며 "장기적으로 회사가 성장할 것에 대비해 과감히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개발로 한국비철은 경쟁사보다 우수한 제련 기술을 갖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성분을 분석해 분리'분류하는 시스템을 갖췄을 뿐 아니라 제련에서도 원하는 성분을 빼내는 화학적 기술을 다양하게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작년에 1천200만달러를 수출하고 18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300억원이다.

◆주변을 생각하는 기업

한국비철은 '나눔'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조 대표는 "비철은 생산 과정에서 분진이나 각종 금속물질이 배출돼 어찌 보면 3D 업종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우리는 폐자원으로 새로운 원재료를 만들어내는 '도시 광산' 기업이다. 이 때문에 생산 환경을 개선하고 주변을 오염시키지 않는 최신식 설비를 갖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국비철은 제련 과정에서 많은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정화설비도 구비했다. 조 대표는 사비를 들여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으며 2008년에는 공장이 있는 논공상리공단의 공단협의회를 발족시키고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달성군 등 관련기관과 협의해 진입도로 확장과 가로등, 보안 CCTV설치를 끌어내 공단 입주 기업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조 대표는 "경영 철학은 '투명경영'과 '종업원을 가족처럼'이다"며 "주변을 돌보는 것이 결국 나와 우리 회사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성장보다 '나눔'을 중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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