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번엔 수천억 사기대출…금융권 또 회오리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번에는 사기대출 사건에 휘말렸다. KT자회사인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 등이 금융권으로부터 3천억원에 가까운 사기대출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체 금융권을 대상으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운영실태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선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T ENS의 직원 김 모 씨와 협력업체 N사 대표 등이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허위 매출채권을 발행하는 수법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수천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지자 전체 금융사에 대한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은 중소기업이 물품납입대금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어음대체 결제제도로 2001년 한국은행이 도입했다.

물품 구매기업(대기업)이 판매기업에 대금을 어음으로 주는 대신 채권으로 지급하면 판매기업(중소기업)은 이를 담보로 거래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조기에 현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구매기업이 대출금을 은행에 대신 상환한다.

허위 매출채권을 통해 해당 SPC가 국내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은 수천억원이며 현재 남아있는 대출금 잔액만 3천억원에 달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추산한 이번 대출 사기 혐의 금액은 2천800여억원이다. 하나은행 1천624억원, 농협은행 189억원, 국민은행 188억원 등 시중은행이 2천1억원이다. 저축은행은 BS저축은행이 234억원으로 가장 많고 OBS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 인천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아산저축은행, 동부저축은행, 민국저축은행, 공평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까지 합치면 저축은행에서만 8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피해를 본 하나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뿐 아니라 신한은행 등 나머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매출채권 관행을 점검하게 된다. 당국은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 대해 자체 점검을 지시하고 문제가 있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직접 검사를 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과 관련해 매출채권을 교묘하게 위조해 발생한 범죄이자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믿음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에 피해를 본 은행 3곳과 저축은행 10곳 외에 일부 금융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전면 점검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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