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엄의 꽃 한송이, 대견사 3층 석탑…허경순 사진전 '법계'

18∼23일 대구문예회관

허경순 작
허경순 작

3월 복원 공사를 마무리 짓고 새로 태어나는 달성군 유가면 비슬산 대견사. 지금껏 신화와 전설을 머금은 채 그 절터를 홀로 지켜온 삼층석탑을 주제로 작업한 사진전시회 '법계'(法界)가 사진작가 허경순 씨에 의해 18일부터 23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5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허 씨가 2012년 9월부터 작업을 시작해 1년여 동안 만들어낸 26점의 흑백사진이 출품된다.

허 씨는 해발 1,000m나 되는 높은 산에 자리 잡은 비슬산 대견사지 삼층석탑을 처음 찾았을 때, 거친 비바람과 천년의 세월을 이겨낸 석탑에 깊은 감명을 받아 작품으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허 씨는 작가노트에 이렇게 적고 있다.

해발 천 미터의 깎아지른 절벽을 딛고

삼층석탑이 솟아있다.

아니 하늘을 받치고 있다.

법화경의 '견보탑품'(見寶塔品)이 눈앞에 펼쳐진다.

해와 달이 보탑을 가로지르고,

밤낯 없이 별들이 무수히 맴돌아 간다.

등대! 삼층석탑은 銀海의 등대다.

별들은 대견사 삼층석탑에 의지하여

은빛바다를 찬란히 항해한다.

법계(法界), 그 천년의 흔적!

우주 전체가 화엄(華嚴)의 꽃 한 송이요 부처의 자리이니,

윤회 중생의 아름다운 법계(法界)이어라,

사진가 윤국헌 씨는 허 씨의 사진에 대해 "대견사지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천체(해, 달, 별, 구름 등)의 움직임을 통해서 매 순간 변하는 찰나의 생멸(生滅)을 이야기한다. 하늘을 향한 석탑은 구름을 만나고,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유성우처럼 탑 주위를 맴돈다. 교교한 달빛이 소박한 석탑의 윤곽을 단아하게 그려내는가 하면, 새벽녘 골짜기로부터 올라온 안개가 신비롭게 탑 허리를 에워싸고, 별이 지고 달이 머물렀던 자리에 동녘의 태양이 자리바꿈한다. 때로는 밤을 새고 나서 세상의 만물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밝은 낯까지 카메라의 셔터를 열어놓아 해와 달, 그리고 별의 궤적을 같은 하늘에 나란히 배치한다. 그래서 석탑의 상서로움을 더해주고, 무한한 시간의 영원불멸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불자이기도 한 작가는 하루에 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1,000m나 되는 높은 산을 수 십 차례 오르는 고행을 감수하고, 어두운 밤조차 두려움 없이 길을 나설 수 있었던 원력은 사진에 대한 열정과 함께 깊은 불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053)606-6137. 010-6211-7189.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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