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오 칠곡군 동명면 송림사 설법전. 법당을 꽉 채운 100여 명의 불자들이 오전 법회가 끝났는데도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송림사가 올해부터 법회 직후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법당 오른편에 마련된 피아노 앞에 재즈 피아니스트 곽민석 씨가 앉았고, 그 옆 단상에 테너 김주권 씨가 올라섰다. 이들은 영화 '대부'와 '여인의 향기' 주제곡, 가곡 '선구자'와 '오 솔레 미오'를 공연했다. 공연 사이마다 김주권 씨의 재치 있는 코멘트도 이어졌다. 스님의 독경과 불자들이 합장하는 소리 정도만 허용됐던 법당 안은 힘찬 노래와 유려한 피아노 연주, 그리고 불자들의 박수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법당은 작은 공연장이 됐다.
열기를 더하던 공연이 끝이 나자 불자들은 아쉬움에 두 번이나 앙코르를 요청했다. 이에 노사연의 '만남'을 합창하는 순서가 이어졌고, 홍세영 대구예술대 교수의 창작 가곡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로 1시간 남짓 공연은 마무리됐다.
이날 '2014 음악과 함께하는 송림사 초하루 법회'가 열렸다. 송림사가 올해부터 매월 음력 초하루 법회 때마다 정오에 진행할 예정인 음악법회의 첫 회다.
지금껏 산사음악회를 여는 사찰은 많았다. 하지만 법회를 음악회 콘셉트로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시도는 흔하지 않았다. 김주권 씨는 "지금껏 산사음악회를 위해 사찰 경내를 찾은 적은 있다. 하지만 법당 안에서 공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마이크와 스피커 없이 목조 건축물 특유의 음향 환경을 그대로 공연에 활용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송림사는 2010년부터 매년 가을 수확철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행복나눔 음악회'를 열고 있고, 이러한 경험을 살려 음악법회를 짜임새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송림사 주지 혜성 스님은 "음악의 순수성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데 좋은 벗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혜성 스님은 "달라이 라마의 법회를 들은 적이 있다. 법문은 물론 음악과 명상, 휴식 등으로 구성됐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이어지는 법회에도 불자들은 지루해하기는커녕 흥미를 보이고 감동했다"며 "음악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 1회성 행사가 아닌 정기적인 음악법회로 불자님들과 깊숙이 소통하고 싶다"고 음악법회 기획 취지를 밝혔다.
송림사는 앞으로 매월 법문 주제와 계절 분위기에 맞게 다양한 장르와 구성의 공연진을 초대해 음악법회를 열 계획이다. 국악과 재즈, 성악, 포크 등 다양한 장르로 매번 색다른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아코디언 앙상블, 오카리나 앙상블, 해금과 재즈 피아노 협연, 바이올린과 기타 협연, 성악 트리오 등 다양한 구성으로 매번 공연을 접하는 재미도 더할 예정이다. 또 부처님 오신날 전야제(5월 5일)와 음력 7월 백중(8월 10일)에는 '이웃과 함께하는 우리 부처님' 특별 음악회를 연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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