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모성애의 발명

모성애의 발명/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 하임 지음/ 이재원 옮김/ 알마 펴냄

저출산 시대, 오늘날 여성들은 왜 출산 앞에서 주저할 수밖에 없고, 한국의 어머니들은 왜 그렇게 아이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정녕 출산과 양육은 여성의 본성이자 특별한 사명이며 지고의 행복일까?

산업사회 이전에는 가족 경제를 위해 노동력을 보충할 아이가 필요했기 때문에 '아이를 낳을 것인가, 낳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생각할 여지조차 없었다. 여성의 삶이 가정에 단단히 매이고 엄마와 아이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 것은 근대에 들어서다. 새로운 자유의 공간과 행동의 기회가 등장하고, 바야흐로 개인의 자결권과 자율성이 새로운 시대적 가치로 부상한 것이다. 그런데 이 근대의 자유는 '남성'에게 해당하는 것일 뿐이었고, 여성의 삶은 오히려 어느 때보다도 더 가정의 틀 속으로 제약됐다. 시장의 생존경쟁에 내몰린 남성들에게는 반대급부로 평안한 안식을 제공해줄 가정이 필요했다. 온순하고 겸손하며 감성적인 아내, 아이에게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는 어머니가 조신하게 꾸려가는 가정이라는 관념이 발생한 것이다. 기초적인 양육이 전부였던 전근대와는 달리 어린이에게 목적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양육이 시작되자, 육아와 자녀교육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일로 규정됐고, 이를 정당화하는 생물학적'문화적 신화가 유포됐다. 이렇게 모성애는 발명되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저출산 시대 가족 문제 해결은 엄마들이 모성애의 부담에서 벗어날 때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여성의 '사명'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의 고용 안정과 임금 격차 축소, 돌봄 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55쪽, 1만3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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