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잘 사는 것과 바르게 사는 것

사람들은 누구나 잘살기를 바란다. 예전에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불린 새마을 운동 노래의 가사는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라는 노골적인 가사였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가난했고, 잘 살아 보려는 열망이 강렬했다. 그리고 지금은 제법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객관적인 자료를 봐도,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00배 성장했다. UN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게 된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올해 초에 박근혜 대통령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분명히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그것은 지금 정말 잘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매일 42.2명으로 2011년 WHO 보고서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1위의 나라이다. 독한 술(양주) 소비량도 세계 1위, 청소년 흡연율도 세계 1위라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사치품 소비량도 높은 순위에 들 것이다. 사회적으로 볼 때, 빈부의 격차는 점점 벌이지고 있고 노사 갈등, 세대 갈등, 이념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잘살고 있는 것인가?'

분명히 예전보다 잘살게 되었는데, 잘사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잘사는 것의 개념에 있다. 잘사는 것을 단순히 경제적인 풍요로움으로 생각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경제적인 부를 얻은 사람은 성공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 더 나아가 성품도 좋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잘 사는 것을 단순히 경제적인 부가 많은 것으로 못 사는 것을 경제적인 부가 적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잘 사는 것은 부자로 사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사는 것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사는 사람이 잘사는 사람이지 않은가?

모든 사람들이 잘살기를 바라고 있다. 잘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이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이 되었을 것인데, 안타깝게도 잘 사는 것을 부자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못사는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금 가진 것이 있다고 못 살고 있으면서 잘 살아 있다고 착각하고, 조금 가진 것이 없다고 잘살고 있으면서 못 살고 있다고 낙심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다시 잘 사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가 되면, 지금보다 더 잘 사는 시대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잘사는 더 많은 사람보다는 바르게 사는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제는 잘사는 운동이 아니라 바르게 사는 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진정 잘 사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승현 대구평강교회 담임목사 1020l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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