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냉장고·TV로 내 정보가 샌다?…사물인터넷 '좀비가전' 논란

PC·스마트폰과 기능 같아 악성코드 통해 정보 유출

신용카드 회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가운데 '좀비 가전' 논란이 한창이다. 얼마 전 미국 보안 서비스업체 프루프포인트(Proofpoint)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 세계에서 75만 건의 피싱과 스팸 메일이 TV와 냉장고 등을 통해 발송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좀비 가전은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이 인터넷과 연동돼 기존 PC,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기' 역할을 함으로써 악성코드 등에 감염된 것을 말한다. 좀비 가전은 악성코드의 매개체 역할은 물론 망과 연동된 주변기기 정보까지 빼낸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좀비 가전이 향후 가전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주장과 보안 업체에서 제품 마케팅을 위해 너무 앞서나간 이야기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좀비 가전은 곧 닥칠 미래

정보통신분야 전문가들과 IT 보안업체들은 똑똑해지는 가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 가전이 악성코드에 감염될 경우 스팸 메일, 악성코드 매개체 역할을 넘어 망 내 접속된 다른 기기들의 정보까지 빼가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보안 전문가들은 "냉장고, 세탁기도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등으로 망에 접속하면 PC, 스마트폰처럼 단말기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같은 망에 접속된 컴퓨터나 스마트TV 등 다른 기기의 정보를 가져올 수 있고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범죄에 사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냉장고, 세탁기도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실제로 PC 같은 역할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악성코드 등을 다른 기기로 옮겨 심을 수 있다. 좀비 가전 자체의 오작동보다 이 제품과 같은 네트워크에 접속된 다른 기기들의 정보유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당장 가전제품에 탑재된 메모리나 중앙철장치 칩 성능이 PC, 스마트폰보다 낮지만 스마트 가전 발달로 고사양화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IDC는 2020년까지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술 기반의 스마트 가전이 전 세계적으로 2천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업계, 영향 작다.

가전업계는 시장성을 위해 보안업체들이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스마트TV 해킹논란 당시 전원을 끄더라도 탑재된 카메라를 별도로 조정해 집안 내부를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는데, 이 부분은 이미 보완책이 마련됐다. 또 이번에 제기된 세탁기, 냉장고 등의 해킹을 통한 범죄목표의 실익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자랜드 채희성 대경본부장은 "과거 스마트TV 보안문제가 거론된 적이 있는데 삼성, LG 등 대부분 기업이 제품 개발과정부터 탑재하는 보안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또 스마트TV에 있는 카메라 기능도 사용자가 활성화 여부를 물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구동방식을 바꾸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냉장고나 세탁기는 기기 조작을 방해해서 피해를 입히는 것 외에는 사생활 침해 등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이미 국내엔 와이파이로 인터넷과 연결되는 스마트냉장고와 세탁기가 일부 보급된 상태다. 스마트냉장고는 네트워크를 통해 제품보관 목록, 냉각기법 등이 업데이트 되며 세탁기, 로봇청소기 등도 프로그램 업데이트에 활용된다. 판매량이 많지 않아 실제 피해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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