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제68회 전국스키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이영웅(24)-송창우(23)-서영국(22)-장세웅(22)-김태완(21) 등 5명으로 구성된 계명대학교 크로스컨트리 스키 팀 'K-Cross'도 전날 경기장 인근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하지만, 이들은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출발선에 서지는 못했다. 지난해 수상 실적이 있는 선수들만 참가 자격이 있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창단한 'K-Cross'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신어본 게 이날이 처음이었다. "어, 스키가 뭐 이렇게 생겼어?"
◆창단 석 달 만에 전국 4위?
알파인보다 폭이 좁고 길이도 짧은 스키를 신고 설원을 달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이다. 소치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는 2명(황준호'이채원)뿐이다. 물론, 올림픽 메달은 아직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란 뜻의 속어)이다.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10㎞ 프리스타일에서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키 사상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낸 이채원 선수조차 올림픽 메달권은 아니다.
계명대가 K-Cross를 창단한 것은 역설적으로 국내 선수층이 얇기 때문이다. 미개척 분야여서 새로운 붐을 일으키기에 제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구스키협회 이환기 전무이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부터 줄곧 정식 종목으로 치러질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저변이 넓지 않다"며 "계명대가 국내 남자 성인 팀으로서는 다섯 번째"라고 했다.
걸음마를 뗀 K-Cross는 이달 26일 시작되는 제95회 전국동계체전에서 4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5개 팀 가운데 서울대는 계명대와 마찬가지로 동아리 팀으로 충분히 승리를 노려볼 만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선수들은 나름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영웅은 '뚜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 출전을 앞둔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이고, 송창우는 오랫동안 풋살 동호회에서 뛰어왔다. 또 서영국은 미식축구 동아리 출신이고, 김태완은 소년체전 육상 100m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스프린터다. 장세웅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완주 못해도 소중한 경험
그러나 K-Cross의 야무진 꿈은 연습 첫날부터 흔들렸다. 스키가 평행을 이룬 상태에서 빠른 걸음을 걷듯 앞뒤로 움직이는 클래식주법으로 2.5㎞ 트랙을 한 바퀴 돌고 난 선수들의 표정은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7분 대인 A급 선수들과는 비교가 민망할 정도인 16분 대 기록도 그랬지만 체력'기술 부족이 훨씬 문제였다.
장세웅은 "오르막구간에서는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고 했고, 이영웅은 "이 정도로 힘든 운동인 줄 몰랐다"며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들을 지도하는 문동욱 계명대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어떤 종목보다도 강한 지구력과 정신력을 요하는데 첫날 이 정도로 뛴 것만 해도 대견하다"며 "본격적인 훈련을 거치면서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은 이달 20일부터 다시 알펜시아리조트를 찾아 2차 합동훈련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스포츠마케팅 전공 과정의 하나로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K-Cross라는 팀 이름도 이 학과 졸업생인 이송은 씨가 만들었다. 김현덕 계명대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는 "선수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는 스포츠 마케터로서 활동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며 "선수들도 이런 점을 잘 알기에 힘들어도 진지하게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설원의 마라톤'으로 스케이트처럼 좌우로도 지칠 수 있는 프리 스타일과 클래식 스타일로 나뉜다.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남녀 6개씩, 총 1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더불어 금메달이 가장 많다. 단체 출발은 선수들이 결승선에 한꺼번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 사진 판독으로 메달 색깔을 가리기도 한다. 참가 선수들의 다양한 지략 대결과 결승선 부근에서의 폭발적 질주 등이 볼만한 종목이다. 1960년 미국 스쿼밸리에서 열린 제8회 동계올림픽 때 김하윤이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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