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이라면 가수 김인순의 히트곡 '여고졸업반'을 기억할 것이다. '뒤돌아보면 그리운 시절, 생각해보면 아쉬운 시간~'아무도 모르는 그 숨은 이야기 속, 여고졸업반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1970년대 중반 하이틴영화 스타였던 임예진이 지금은 안방극장의 억척스런 아줌마로 변했으니 세월이 그저 속절없고 무상할 따름이다.
지난날 초등학교 졸업식장은 여학생들의 흐느낌과 눈물로 막을 내렸다. 특히 시골에서는 중학교에도 못 가는 사람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빛나는 졸업장'이 '마지막 졸업장'이었으니,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라는 대목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중'고등학교 졸업식장에는 드러난 눈물은 없었으나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아픔과 이별의 슬픔이 배어 있었다. 그런데 남고 졸업식장 한쪽에서는 교복을 찢고 밀가루를 뒤집어씌우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명실공히 성인이 되는 졸업생들이야 교복에 구속되었던 청춘의 해방 퍼포먼스라 여겼을지 모르나, 그리 마뜩한 풍경은 아니었다.
그 악습이 세월 따라 유전을 거듭하며 계란을 던지거나 알몸 동영상을 찍는 등 볼썽사나운 졸업식 문화로 진화하며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제야 그러한 뒤풀이 추태가 사라지고 건전한 졸업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잖아도 경찰이 폭력적인 졸업식 뒤풀이를 단속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제는 졸업생들 스스로도 바람직한 졸업식 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귀한 교복을 찢을 게 아니라 후배에게 물려주는 것부터가 얼마나 아름다운 풍속인가. 학교마다 새로운 졸업식 문화가 만발하고 있다.
학교생활을 담은 UCC를 함께 보거나, 선생님 캐리커처를 전시하는 곳이 있다. 음악공연과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학교도 있고, 타임캡슐을 만들거나 학부모와 졸업생이 사랑의 편지를 나누는 곳도 있다.
사회가 변했으니 졸업식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졸업식은 멋진 마무리이자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소중한 전환점이다. 내일의 희망을 잉태하는 아름다운 졸업식은 화기애애하면서도 성숙한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이지, 야단스러운 일탈과 꼴불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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