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딴 세상 얘기 같은 깨달음의 경지, 일상 속에 답 있다오

알아차림의 기적/ 아남 툽텐 지음/ 이창엽 옮김/ 담앤북스 펴냄

일상 속 깨달음에 관한 책이다. 다시 말하면 거창한 깨달음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알아차림'에 관한 책이다.

불교의 깨달음에 대해 설명하는 것만큼 곤혹도 없다고 한다. 오랫동안 선방에 앉아 수행한 구참 수좌도, 오직 불교만을 연구한 학자도 깨달음을 말과 글로 풀어내라고 하면 곤혹스럽다. 아예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저자는 깨달음이란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기', '의식 뒤집기', '조건 없는 자유'라며 누구나 일상 속에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초월하려는 것은 우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 깨달음 뒤에 우리가 얻는 선물 같은 경험은 '사랑으로 녹아들기'와 '황홀한 자비심'이다.

깨달음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길은 두 가지. 하나는 우리의 의식이 지어내는 모든 것을 즉시 놓아 버리는 것이다. 고통과 집착, 착각, 강박이 일으키는 괴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개념과 관념이 만들어내는 행복과 고통, 깨달음과 속박 등 허구의 이야기들을 없애면 된다. 단지 놓아 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매순간 우리가 새롭게 태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내가 아니었던 것처럼 과거의 나와 깨끗하게 단절하면 된다. 그리하면 과거의 나에 대해 마치 오래전에 알았지만 요즘은 전혀 만나지 못하는 사람인 것처럼 대할 수 있다. 과거의 자아가 죽을 때 우리는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처럼 티 없이 순수한 상태로 내면에서 새로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이런 방법을 쉽게 실천할 수 있을까? 우리 누구나 삶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삶이란 도무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단히 삶을 통제하지만, 또한 이것 때문에 다시 불안해진다. 이에 저자는 그런 생각이야말로 의미 없는 것이며, 우리는 결코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깨닫지 못하면 우리는 '실제'를 살아보지도 못하고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실제의 삶을 살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상의 언어로 설명한다. 신비와 현학에 몰두해 일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깨달음을 제자리로 끌어내린다.

저자 아남 툽텐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티베트 승려다. 199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다르마타 재단을 설립하고, 주로 서구인들을 상대로 종파에 국한되지 않은 사랑과 지혜의 가르침을 설파하고 있다. 쉬운 언어와 유머로. 213쪽, 1만2천원.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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