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2월은 결정과 선택을 해야 하는 변화의 시간이다. 졸업과 입학은 물론이고 직장이 결정돼서 미래의 내 모습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가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가 되면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머리에 떠오른다. 첫 단락은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이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로 시작된다.
인생은 많은 선택과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중요한 결정부터 사소한 결정까지 갈림길에서의 선택과 결정에는 스트레스가 개입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서인가 한숨을 짓거나 아니면 즐겁게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나는 어떤 길을 택했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회상할 날이 오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후배를 만났더니 아버지가 아프신데 확신을 갖고 딱 맞는 치료법을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가 언제부터인가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셨지만 연세가 높으셔서 그러려니 하며 지냈단다.
그러다가 병원을 찾아 방사선 촬영을 했더니 뇌의 상당 부분이 양성종양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제 수술하려니 연세 때문에 수술에 따른 후유증도 걱정되고, 수술을 안 하려니 앞으로 기억력뿐 아니라 종양이 더 커지면 여러 행동장애까지 나타날 생각을 하면 어떤 것이 좋은 치료법인지 결정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에게 '만약 선생님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한 번 더 상의를 드려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필자의 경우에도 가끔 환자의 치료계획을 세울 때,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2가지 선택 중 하나를 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할까? 아니면 저렇게 하는 것이 더 좋을까?' 이때 환자 보호자에게 두 가지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면, 많은 환자 보호자들은 "만약 선생님의 아이라면 어떤 치료법을 택하실 건가요?"라고 되묻는다. 쉽지 않은 결정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의사가 판단하는 것이 낫다 싶어 "내 아이라면 이렇게 할 겁니다"라며 답해준 경험이 있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며, 그중에서 가장 유리한 경우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마다 경험과 갖고 있는 지식의 그릇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하다.
전문가의 지(知)적인 의견과 거기에 '당신의 아이라면, 또는 당신의 부모라면?'이라는 식의 정(情)적인 의견까지 같이 구하면 그래도 가장 합리적인 결정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된다. 갈림길에서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다고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희경<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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