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행복의 반대말

행복은 우리 모두 갈망하는 최고의 목표다.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서로 개성이 다르다 해도 행복해지기 싫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인은 무척 '불행'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3년 5월에 세계 36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행복지수'로 환산한 결과, 한국은 바닥 수준인 27위로 나타났다. 행복지수는 11개 생활영역을 반영하는 지표를 토대로 산출했는데 가장 낮은 항목은 '삶의 만족도'였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여러 우울한 수치들이 또 있다. 2007년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인의 스트레스 보유율은 95%로 세계 최고인데 일본은 61%, 미국은 40%란다. 그래서인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는 2005년부터 5년간 정신과 치료 환자 수의 증가율이 36%에 이르고, 2012년 통계청 조사로는 자살률이 10만 명당 29명으로 세계 1위다. OECD 평균 12명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도대체 우리 한국인은 왜 이렇게 불행할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룬 국가다. 1977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겨우 1천달러였다. 그런데 2012년 1인당 GDP 2만달러와 인구 5천만 명을 동시에 충족하는 이른바 '20-50 클럽'에 든 세계에서 7번째 국가가 됐다.

1인당 GDP는 30년 만에 20배로 늘어났고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들게 됐으니 못 살아서 불행한 것도 아니다. '빈부의 격차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것도 설득력은 약하다. 우리보다 더 잘 살거나, 또는 훨씬 가난해도 행복지수가 앞서는 나라 중에 빈부격차가 더 심한 나라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택시를 타고 가는데 문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쫑긋했다. "행복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불만이랍니다." 작년에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인에 대한 기사가 몇 번 국내 신문에 등장했다. 내용은 하나같이 '한국인은 잘사는데도 이상하게 행복하지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불만스러울까?

수술한 환자들을 몇 년씩 정기검사 때문에 만나다 보면 삶의 만족도는 참으로 제각기 다르다. 초기에 발견돼 수술하고 별다른 불편이 없는데도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있고, 말기에 겨우 수술하고도 표정이 밝은 사람이 있다. 10년 전에 위암 말기로 수술한 뒤 더이상 올 필요가 없는데도 매년 유쾌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환자에게 어떻게 항상 기분이 좋으냐고 물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안 하니까요. 늘 이만해도 다행이라며 만족하고 삽니다."

정호영<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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