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우후죽순 고층 건물…꽉 막힌 도심 "속까지 답답"

부동산 열기에 상업용 신축 붐…상당수가 경관 고려않고 '허가'

대구 도심에 우후죽순 건물이 들어서고 있어 도심 경관을 헤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도심에 우후죽순 건물이 들어서고 있어 도심 경관을 헤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신천대로를 통해 구미공단으로 출'퇴근하는 최선철(41) 씨는 북구 성북교 근처에 다다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도로 옆에 높이 솟아 있는 고층 아파트가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그는 "신천대로를 타면 전망이 좋아 상쾌했는데 지난해 아파트가 생겨나면서 확 트인 조망을 가려 볼썽사납다"고 불평했다.

◆대구 도심이 답답하다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의 열기가 상업용 건물 신축붐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도심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물을 올려 도심이 답답하다.

대구 달구벌대로 주변, 수성구 MBC뒷편, 화랑로 수성도서관 앞, 이마트 만촌점 주차장 주변 등지에는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 건축허가 실적을 보면 상업용 건물은 모두 1천991건이 허가가 났고 연면적은 119만4천537㎡다. 이는 대구 스타디움 연면적(14만1천799㎡)의 8.4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전매 등이 가져온 자산효과가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건물 신축과 구조 변경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상당수 건축물이 주위 경관과 환경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건축되고 있다. 이는 도심에 고층 건축물을 지을 때 엄격한 도시경관위원회 등을 거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는 대조적이다.

신천대로 칠성고가교 인근 37층 고층아파트와 달구벌대로 대구메디시티텔(옛 동산호텔)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주민은 "신천대로변 옆의 낮은 건물사이에 어떻게 저런 높은 아파트가 떡하니 들어섰는지 모르겠다. 신천주변의 미관을 완전히 헤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동진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심 경관은 도시 경쟁력이자 중요한 자원이다. 이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적절한 통제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령 법령을 충족해도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제동을 거는 등 제도적 측면과 운영적 부분을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심 경관은 도시경쟁력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수십년 앞을 내다보는 짜임새 있는 도심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심 U턴 현상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도심 경쟁력이 곧 도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도심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어번(Urban'도시) 르네상스'를 제안하고 있다. 고도 성장기에는 값싼 도시 외곽에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했다면 저 성장기에 접어든 지금은 규제 완화를 통해 도심 재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신 교수는 "노후한 도심의 재개발과 인구 유입, 새로운 주거지로서의 가치 상승은 서울과 부산은 물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도심의 균형 있는 개발이 그 도시의 최대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구도 중구를 비롯해 도심의 위상이 변하고 있다. 1880년대 이후 수성구와 달서구를 중심으로 부도심 개발이 집중되면서 신규 택지가 사라진데다 도심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의 축으로 도심이 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월당을 축으로 한 도심의 경우 상권 요지인데다 병원, 금융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땅값이 수성구나 달서구보다 20~30% 저렴해 건설사들이 탐내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중구에는 최근 몇 년간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2011년 대구도시공사의 삼덕 청아람 단지(730가구)와 남산동 웅진스타클래스(946가구) 및 효성 더 루벤스(498가구) 단지 3곳 모두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지난해 선보인 대신동 GS 자이(1천147가구)도 대단지이지만 남김없이 팔렸다.

도심의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경한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고층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아파트는 시민 정서와 동떨어지고 상업적 판단만으로 용적률만 높이면 도시 미관은 물론 장기적으로 경제성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종도 대구시 도시주택국장은 "도심이 도시 경쟁력이라는 데는 대구시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시 차원에서 원도심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도시기본계획에 새로운 공간체계를 적용하는 중장기적인 도시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