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잊을 만하면 도지는 민주당의 '특검병'

숙지는 듯하던 민주당의 '특검병'이 재발했다. 지금까지는 검찰이 그 대상이었으나 이번에는 사법부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 축소'은폐 혐의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동원 가능한 모든 수사(修辭)를 구사한다. "진실과 국민이 모욕당했"(김한길 대표)고, "사법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판결"(문재인 의원)이며 "특검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박광온 대변인)라고 한다.

노웅래 사무총장은 한 술 더 떠 "김 전 청장에 이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까지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이란 단서를 달아 '정권 퇴진론'까지 제기했다. 언제부터 민주당이 사법부 역할까지 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원 전 국장의 유죄는 이미 명백한 진실이고, 사법부의 '유죄 선고'는 그렇게 명명백백한 진실을 법적으로 추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며 따라서 '무죄 판결'은 이 같은 진실에 대한 배반일 따름이다. 섬뜩한, 그리고 오만한 '진실의 독점'이다.

사법부에 대한 민주당의 이러한 공격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 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정치적으로 엄정한 중립을 견지해야 할 사법부에 자기 마음에 드는 '정치적 판결'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소양조차 찾아볼 수 없다. 입만 떼면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행동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런 이중성 앞에 국민은 또 한 번 실망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1심의 결과일 뿐이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 있다. 그 과정에서 판결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때도 민주당은 지금처럼 특검을 하자고 할 것인가.

신기한 것은 민주당의 이러한 '특검' 굿판에 민주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숟가락을 얹었다는 것이다. 민주적 사법 절차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참모들이 '보좌'를 제대로 못 했는지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특검은 법리적으로 무리라는 것을 모르는 소치다. 아니면 그것을 알고도 민주당과의 '선명성' 경쟁에서 뒤질 수 없다는 조급증이 낳은 기회주의적 판단이거나. 그의 '새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태도가 '새 정치'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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