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칼럼] 대구 국회의원들이 지금 해야 할 일

2012년 2월과 3월 대구 시내에는 새누리당이 내려 보낸 낙하산들이 펼쳐졌다. 하늘에서 내려오다 목표 지점을 황급하게 바꾸는 해프닝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어느 때보다 잘됐다고 자화자찬하는 새누리당의 19대 국회의원 후보 공천 이야기다. 이들 모두는 언론과 시민들의 비판론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안착(安着), 즉 당선에 성공했다.

그런 경험 때문일까?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에 대해서도 낙하산 공천 이야기가 들린다. 낙하산이라는 말의 어감이 좋지 않아서인지 중진 차출, 전략 공천으로 부르기도 하고 거물 영입이라고도 한다. 표현만 다를 뿐 그 말이 그 말이다. 누구든지 점지만 해서 내려 보내면 예외 없이 살아서 돌아오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서울서만 들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 국회의원 몇몇도 중량감 있는 인사의 추가 영입을 주장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더 판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기야 이들도 생활 근거는 서울 아닌가. 자신들이 주인공이었던 '낙하산의 추억' 때문인지 낙하산(전략) 공천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도 들린다. 진실이 무엇이든, 누구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든 요즘 유행어로 '단언컨대' 옳지 않다. 틀린 발상이다.

문호를 더 열어 널리 인재를 구하고 그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자는 것은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뛰고 있거나 뛰겠다는 사람들이 '약하다'며 청와대나 새누리당 중앙당이 점찍어주는 인사나 더 중량감 있는 인사를 모셔오자는 주장은 올바른 게 아니다. 제 살 갉아먹기다.

또 모셔오겠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이도 지긋하고, 경륜도 있고, 한창때 잘나갔던 '서울 사람'들이다. 선거 이야기만 아니면 대구에 관심도 별로 없을 사람들이다. '위'에서 점지해 주면 이를 배경 삼아 경선도 치르지 않고 대구시장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예외 없이 이들은 자신의 공직 생활이든 인생 역정이든 그 마지막을 고향에서 마무리해 보고 싶어 한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6월 선거는 그런 대구시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과거가 화려한 시장을 모셔오는 선거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을 뽑는 선거여야 한다. 대구시장 자리를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대구시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이를 발판으로 더 큰 비전을 펼치겠다는 열정을 가진 사람을 뽑는 선거이기도 하다.

야구에서 마무리투수에게 선발을 맡기면 곤란하듯이 분위기 일신이 필요한 대구에 마무리를 잘하겠다는 인사를 모셔오자는 것은 올바른 주장일 수 없다. 지금 당장 대구에 필요한 것은 지키기, 마무리 전문이 아니라 공격적이고, 선제적이며 대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혁신적인 시장상이기 때문이다.

영입을 한다고 해도 거물이든 중진이든 중량급이든 눈 씻고 찾아봐도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낙점해 주기를 기다리는 인사들이 꽤 있지만 하나같이 '주면 하겠다'는 자세다. 주는 것을 받는 데만 익숙했지 치고 나가면서 만들어 내는 돌파력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지금은 거물이나 중량급 인사들이 갖췄다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필요로 하는 시대도 아니다. 시민들을 위에서, 앞에서 끌고 가는 일방 독주 리더십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보다는 시민들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리더십이 더 절실하다. 시장 후보 공천권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4일 예비 후보 등록을 했거나 출마 선언을 예약해 놓은 후보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그중에는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4명 있다. 재선 의원도 2명이다. 초선도 서울 부시장 출신에 경제 전문가를 자처한다. 재선 현역 구청장도 업그레이드에 도전한다. 이들이 시민 속으로 파고들며 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4년 전에도, 8년 전에도, 12년 전에도 없던 일이다. 반가운 일이다.

대구 지역 국회의원 12명에게 주문하고 싶다. 서울서 낙하산 타고 거물 내려오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이미 뛰고 있는 예비 후보들을 유심히 지켜보라. 담장 밖만 목 빠지게 바라보지 말고, 또 누구는 깜냥이 된다,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데만 허송세월하지 말고 대구시장 후보 경선 이벤트를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치러낼 것인지나 고민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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