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지난 1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김동호(가명'40)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맞벌이라 남들보다 소득도 많은 편인데 모아둔 재산은 아파트 한 채가 전부다. 갈수록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치이고, 재테크는 손대는 상품마다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이젠 자신감마저 떨어진다.
은퇴까지는 15년 정도 남았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자녀 대학교육비와 은퇴준비에 대한 고민만은 해결하고 싶다.
◆실패만 거듭해 온 자산관리 문제점이 뭘까?
김 씨는 책도 읽으면서 누구보다도 재테크에 열심이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김 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투자자가 그럴 것이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투자습관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자산은 결코 단기간에 뻥튀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산관리는 인내심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정기적금에 넣었다 생각하고 오랫동안 묵혀야 한다. 무작정 높은 수익률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10년, 20년을 두고 포트폴리오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너무 조바심을 내는 것 같다.
그리고 기본적인 투자지식은 공부를 해야 한다. 물론 쉽지야 않겠지만 소중한 돈을 금융기관 직원의 말만 듣고 무조건 맡길 수야 없지 않겠는가. 기본만은 꼭 알고 시작해야 한다. 투자위험, 포트폴리오 분산, 펀드 고르는 법, 그리고 장기투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유행이나 테마 등 그 당시 인기상품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끝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상의해서 재무설계 10년 플랜을 짜서 실행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주식 직접투자보다 펀드투자가 안전하다
과거처럼 부동산으로 손쉽게 부를 늘리던 시대가 지나가면서 저금리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식은 훌륭한 투자대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투자자가 주식 종목에 직접 투자해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주가는 미래의 기업실적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개인투자자가 펀드매니저처럼 기업의 실적을 예측해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기업의 안정성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 개별종목에 대한 변동성(위험)은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를 함으로써 줄일 수 있는 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적어도 30개 이상의 종목에 분산해야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이렇게 많은 종목에 분산투자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개별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김 씨가 주식 직접투자에 뛰어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입한 펀드가 큰 손실을 보면서다. 차라리 깨져도 내가 직접 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결과는 펀드보다 더 큰 손실로 돌아왔다. 주로 테마주를 선호하는 김 씨의 투자방법에도 문제가 많다. 이제부터라도 욕심을 버리고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상담 후 주식 투자금액 5천만원 중 4천만원은 주식펀드로 옮기고 1천만원은 김 씨의 뜻에 따라 직접 투자를 계속하기로 했다. 1천만원은 손실을 보더라도 부담이 적어 마음이 편안하고, 또한 재미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비와 은퇴자금, 얼마나 있어야 될까
내 집 마련이 해결된 김 씨의 재무목표는 자녀 교육비와 노후자금이다. 초등학교 3학년(10세), 1학년(8세) 두 명의 자녀를 둔 김 씨는 자녀의 대학등록금으로 각각 5천만원씩 준비하기를 원한다. 고등학교 졸업까지의 교육비는 매월 소득에서 충당한다.
그리고 55세 은퇴 후 매월 200만원의 노후생활비와 아파트를 제외하고 목돈 1억원을 손에 쥐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교육자금 각각 5천만원은 대학등록금 인상률을 3%로 가정하면 두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는 시점에 각각 6천700만원과 7천100만원을 모아야 한다. 이 돈을 저축하기 위해서는 두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매월 76만원을 저축(투자 기대수익률 7% 가정)하면 모을 수 있다.
김 씨가 노후생활비로 매월 200만원을 은퇴시점인 55세부터 85세까지 30년 동안 사용하려면 단순 계산해도 7억2천만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돈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더 늘어나기 때문에 노후준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김 씨네는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매월 180만원 정도 받는다. 국민연금을 감안한 노후필요자금은 5억6천만원(물가상승률 2%, 은퇴 후 자산운용수익률 4% 가정)이다. 즉 55세에 5억6천만원을 손에 쥐고 있어야 매월 200만원씩 노후 생활비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씨는 조기 은퇴로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공백기가 길어 노후필요자금이 늘어난 경우다. 이 돈은 지금부터 15년 동안 매월 230만원(투자수익률 7% 가정)을 저축해야 모을 수 있다. 맞벌이를 하는 김 씨네에게도 버거운 저축금액이다.
◆장기상품은 적금보다 적립식 투자가 바람직하다
은퇴 시점인 55세에 목돈 1억원을 만드는 목표는 현재 가지고 있는 5천만원을 7% 수익률로 운용하면 가능하다. 1천만원은 주식 직접투자, 4천만원은 주식형펀드에 스타일별로 분산해서 장기 투자하면 되겠다. 맞벌이라 한 사람 소득은 저축할 수 있기 때문에 매월 300만원 정도 저축할 수 있다. 이 중 100만원은 비상예비자금을 위해 정기적금에 1년 단위로 저축을 하고 교육자금마련을 위해 매월 80만원씩 주식형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 남는 돈 120만원은 노후준비를 위해 변액연금보험에 넣자. 매월 120만원 저축으로는 김 씨가 원하는 노후준비에는 모자라는 금액이다. 따라서 은퇴시기를 늦추는 것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면 주택연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료=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정리=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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