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 첫 관문 이력서 사진 '10만원∼'

"첫인상이 서류전형 좌우" 의상·머리 손질·벼경 등 입사준비생 과감한 투자

6일 대구의 한 사진관에서 취업준비생이 이력서에 쓸 증명사진을 찍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6일 대구의 한 사진관에서 취업준비생이 이력서에 쓸 증명사진을 찍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성형수술은 못해도, 증명사진만큼은 공을 들여야죠."

봄 취업시즌을 앞두고 취업준비생들이 '이력서 사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취업의 첫 관문인 서류전형에서 인사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찍으려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이력서 사진만 전문적으로 찍는 스튜디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6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사진 스튜디오. 말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남녀가 사진 찍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스튜디오가 준비한 여러 벌의 옷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은 뒤 머리, 옷매무새, 화장 상태 등을 점검했다.

이곳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사진 잘 찍는다는 소문이 나 요즘 하루에 10명 이상이 찾고 있다. 스튜디오 관계자는 "대학 졸업식과 취업시즌이 맞물리는 이달 말과 다음 달 초까지 많게는 하루 30명까지 오고, 예약을 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가로 3㎝×세로 4㎝짜리 증명사진(10장)을 찍으면 4만5천원이 든다. 이가 보이게 웃는 사진을 추가하면 7만원을 내야 한다. 입은 옷에 따라 조명을 조절하고 배경을 바꿔 찍어도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적잖은 돈이 들지만 취업준비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모(25'여) 씨는 "비용은 많이 들지만 직종에 따라 표정이나 옷차림, 사진 배경 등을 고려해 찍어줘 사진이 돋보인다"고 했다. 스튜디오 관계자는 "이력서 사진은 지원한 기업에 첫인상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 취업준비생들이 무척 신경을 쓴다"며 "조명과 카메라에 투자하고 전문작가의 노하우까지 더해져 가격이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다"고 했다.

중구의 다른 스튜디오는 아예 헤어스타일과 화장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직원까지 두고 취업준비생의 증명사진을 찍어준다. 꾸밈방에서 화장과 머리를 손질하고,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는데 준비부터 사진을 받기까지 2시간 이상 걸린다.

사진을 찍는 데만 5만5천원(3×4㎝ 7장). 그러나 머리와 화장을 패키지로 묶어 반드시 선택하도록 해 남자 경우 머리와 화장까지 더하면 7만7천원, 여자는 11만원이 든다. 여기에 웃는 사진, 또 지원하는 기업의 성향에 따라 전신, 반신 사진을 추가하거나 조명과 배경, 얼굴의 각도 등을 달리한 사진을 손에 쥐려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심지어 치아교정기를 지우는 데도 1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모(24'여) 씨는 "취직을 하려면 사진 하나까지도 정성을 들여야 해 지난달 14만원을 주고 입사 지원서에 쓸 증명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김모(27) 씨는 "이력서 사진이 서류전형 통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며 "사진을 무시하다가는 치열한 취업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어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지갑을 열게 됐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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