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관 해치는 건축물, 대구는 도시 디자인 포기했나

신축 상업용 건물과 고층 아파트가 대구 도심 경관과 환경을 크게 해치고 있어 시민 불만이 높다. 판에 박은 듯한 외관의 아파트와 개성이라고는 찾기 힘든 상업용 건물이 무계획하게 들어서면서 도시 공간 구성에 걸림돌이 되고 바람길을 막는 등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갈수록 이 같은 추세가 심화되고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구시에서 신축이 허가된 상업용 건물은 모두 1천991건에 달했다. 연면적으로 따지면 약 120만㎡로 대구 스타디움의 8.4배에 달한다. 문제는 상당수 건축물이 주위 경관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도외시한 채 신축돼 250만 인구의 대도시 대구의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이미지마저 깎아내리는 등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구시의 경우 특정 구역에 한정된 고도 제한을 제외하면 제 용도에 맞고 교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않는다면 건축에 아무런 규제가 없다. 고층 건축물을 지을 때 도시경관위원회의 엄격한 심의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선진국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고층 건축물이 공간 디자인적 개념이나 환경과의 조화, 거주자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 등과 상관없이 무질서하게 들어선다면 짜임새 없고 볼품없는 도시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인간 생태학적이나 심리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엇보다 한 번 뒤틀어진 도시 공간 구성과 망가진 도심 경관은 거의 복구가 불가능하다. 대구시의 건축 행정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건축물 하나를 짓더라도 공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부터 환경, 도시 정체성까지 고려하는 등 적절한 통제와 조정이 필요하다. 거주자에 대한 배려 없이 마구잡이로 들어선 고층 건물은 도시 경쟁력이나 자원으로서의 가치는커녕 흉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청계천 복원과 아현고가도로 철거를 결정한 서울의 사례를 좋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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