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은 일본 산업관광의 거점이다. 연간 아이치현을 찾는 방문객 1천150만 명(2012년 기준) 가운데 300만 명이 산업관광 등 역사'문화시설을 방문한다.
아이치현이 산업관광 육성에 나선 건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쇼핑의 중심지이자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쿄나 온천과 스키, 등산 등 자연환경이 빼어난 나가노에 비해 제조업이 밀집한 아이치현은 관광 자원이 부족했던 것. 스즈키 타로 아이치현 관광컨벤션과 주임은 "일본 제조업의 중심이라는 산업적 특징을 관광에 접목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치현은 산업관광 모델코스를 개발해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산업관광자원 34곳을 대상으로 13개 테마, 33개 코스를 운영 중이다. 스탬프투어에 참여하는 기업도 80여 곳에 이른다. 특히 도자기와 된장, 양조 등 전통산업부터 자동차'항공기'우주산업 등 첨단산업까지 망라한 점이 특징이다.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과 노리타케의 숲
나고야는 도요타그룹의 발상지다. 도요타그룹의 창업자인 도요타 사키치는 나고야에 방직공장을 세우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 옛 도요타 방직 공장과 본사를 개조한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은 도요타 그룹의 역사와 기술을 보여주는 산업유산이다. 1994년 문을 연 기념관은 연간 37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나고야의 명소로 꼽힌다.
지난 1월 20일 오후 나고야 니시구 노리타케신마치.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은 평일인데도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1천4천300㎡ 규모의 붉은 벽돌 건물 안에는 근대 일본의 발전을 지탱한 섬유 기계와 금속, 자동차 기술의 변천사가 담겨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관 입구에 서 있는 거대한 원형 직기 앞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1906년 도요타그룹의 창업주인 도요타 사키치가 발명한 이 직기는 회전 원운동을 통해 옷감을 짜는 방직기로 도요타 섬유기술의 상징으로 꼽힌다. 섬유 기계 전시관 내부는 목화 솜을 가공해 실을 뽑고 옷감을 만든 뒤 무늬를 새겨넣는 기기까지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었다.
각종 방직기가 덜컹거리며 돌아가자 관람객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실을 만드는 조방기는 '차라락' 소리를 내며 털실을 말았다. 1890년 발명한 목제인력 직기로 직접 천을 짜는 모습도 연출됐다.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에어 제트 조직기는 순식간에 천 위에 도요타 자동차 무늬를 만들어냈다.
자동차관 입구는 1936년 도요타가 처음으로 개발한 AA 승용차의 제작 과정이 정밀한 모형으로 재현돼 있었다. 작은 창고에서 미국 쉐보레 자동차를 분해하는 모습과 엔진을 개발하는 과정, 시제품이 재현돼 있다. 도요타에서 생산한 대표 차종들과 자동차 개발 기술의 변천 과정도 펼쳐진다.
가족과 함께 찾았다는 다카히로 하시모토 씨는 "차체를 만드는 600t 규모의 프레스기계와 자동용접로봇이 실제 공장에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도요타산업기술기념관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노리타케의 숲(노리타케노모리)이다. 일본 고급 도자기를 대표하는 노리타케의 공장 건물과 부지를 재구성해 공원으로 조성한 곳으로 연간 35만 명이 찾는다. 공원에 들어서면 거대한 가마 굴뚝이 말뚝처럼 곳곳에 박혀있다.
너른 잔디밭과 분수, 산책로와 잘 가꾼 조경수들이 어우러져 도심 속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도자기에 관한 볼거리는 크래프트센터에 집중돼 있다. 이곳에는 도자기의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1, 2층에는 매끄럽게 다듬은 도자기에 장인이 직접 손으로 문양을 그려넣는 모습도 보였다. 3, 4층 박물관에는 노리타케 도자기의 화첩과 지금까지 생산한 수천여 점의 접시가 미술관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하쵸미소공장과 JR도카이 리니아'철도관
370여 년간 전통 방식을 고수해온 하쵸(八丁)미소는 일본 최고의 된장으로 꼽힌다. '하쵸미소의 고향'으로 가려면 나고야역에서 오카자키 고엔역까지 1시간가량 가야 한다.
하쵸미소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성으로 유명한 오카자키 성에서 8정(약 870m) 떨어져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지난달 21일 오후 일본 된장공장인 '하쵸미소의 고향'을 찾았다. 1645년 창업해 19대째 내려온 하쵸미소는 100여 년 전 지은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메주 숙성고로 사용되던 건물은 현재 자료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자료관 안은 전통방식으로 하쵸미소를 만드는 과정을 실제 크기의 모형으로 전시했다. 개업 당시 사용했던 간판과 나무 포장재, 오래된 기록물들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자료관 옆 숙성고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참나무통으로 가득했다. 100년 이상 된 참나무통으로 통 하나에 된장 6t이 들어간다. 된장은 참나무통에 삶은 콩을 넣고 면포로 덮은 뒤 그 위에 차곡차곡 탑처럼 돌을 쌓아 만든다. 반질반질한 돌무더기의 무게만 3t.
이렇게 2년 동안 숙성시켜야 하쵸미소가 완성된다. 방문객들은 통 아래쪽에 적힌 나무통의 제작 연도를 보며 "만든 지 100년이 넘은 통"이라며 놀라워했다. 30분에 걸친 공장 견학이 끝나자 된장국과 된장 아이스크림 시식이 이어졌다. 후룩거리며 된장을 맛본 방문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자동차로 30분가량 달려 나고야시 미나토구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일본 철도의 역사가 전시된 리니아'철도관이 있다. 2011년 개관한 이곳은 연간 94만 명이 찾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철도관 안에 들어서자 당대 세계 최고 속도를 기록했던 열차 3종이 관람객을 맞았다.
증기기관차 C62와 신칸센 고속열차 300X, 자기부상열차 MLX01-1 등이다. C62는 1954년 시속 129㎞를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큰 증기기관차로 기록됐다. 신칸센 955형 열차는 1996년 시속 433㎞를 기록했고, 초전도 자기부상열차 MLX01-1은 2003년 시속 581㎞를 질주했다. 차량전시실에는 32대의 각종 시대별 철도차량이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 줄지어 서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221㎡ 규모의 철도 디오라마다. 170여 대의 모형 열차가 달리는 디오라마는 도카이도 신칸센의 주요 역사와 주변 풍경, 이용객들의 표정까지 실감나게 재현했다. 고속열차와 구형열차의 운행 과정과 운전 체험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도 있다. 신칸센 열차 식당에서는 열차에서 판매하는 도시락과 똑같은 도시락도 판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글'사진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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