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희귀병 '낭섬 섬유증' 앓는 11개월 아기

7개월째 중환자실…한 달 치료 악값만 1천만원

태어난 지 11개월 된 강하엘 양의 작은 몸에는 7, 8개의 바늘이 꽂혀 있다. 3시간마다 한 번 코로 분유를 먹고 기관지를 막은 가래 때문에 연신 깊은 기침을 한다.
태어난 지 11개월 된 강하엘 양의 작은 몸에는 7, 8개의 바늘이 꽂혀 있다. 3시간마다 한 번 코로 분유를 먹고 기관지를 막은 가래 때문에 연신 깊은 기침을 한다.

태어난 지 11개월 된 강하엘 양의 작은 몸에는 7, 8개의 바늘이 꽂혀 있다. 3시간마다 한 번 코로 분유를 먹고 기관지를 막은 가래 때문에 연신 깊은 기침을 한다. 망가진 폐 때문에 숨을 쉴 때마다 아이의 가슴팍은 푹 꺼졌다가 다시 올라오길 반복한다.

◆어렵게 얻은 딸

하엘이의 아버지인 강선우(가명'35) 씨와 어머니 유은미(가명'31) 씨는 캠퍼스 커플이었다. 신학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한 두 사람은 2006년 재학 중에 결혼했다. 학생이라 부족한 살림살이가 부족했지만 주변에 손 한 번 벌리지 않고 학업을 마쳤다. 생활비가 부족하면 강 씨는 새벽에 신문을 돌려가며 가정을 꾸렸다. 항상 웃는 얼굴로 강 씨의 옆을 지켜준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신학대학원 졸업 후 강 씨는 대구 한 교회에 목사로 부임했고, 2007년에는 아내와 함께 어린이 선교단체를 만드는 등 사목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가졌다는 기쁜 소식을 두 번 들었지만 모두 유산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결혼하면 아이도 당연히 갖게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게 됐죠."

그러다 지난해에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쌍둥이를 임신하게 됐다. 부부는 뛸 듯이 기뻤지만 8주 만에 또 유산이 돼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부부는 기적 같은 말을 들었다. 쌍둥이 중 하나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하엘이었다. 강 씨는 "기적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며 "감사한 마음에 아이의 태명도 '감사'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유산을 여러 번 겪은 아내였기에 걱정도 많았지만 하엘이는 건강하게 열 달을 꽉 채웠다. 2.8㎏에 51㎝로 작았지만, 부부의 눈에는 누구보다 예쁜 아이였다.

"7년이나 기다린 아이인 만큼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 큰 선물이었죠. 부모 눈에는 자기 아이가 다 예쁘겠지만 하엘은 피부도 뽀얀 데다 다리도 엄청 날씬하고 길어서 병원에서도 조리원에서도 예쁘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하엘에게 찾아온 무서운 희귀병

부부에게 선물 같은 딸 하엘는 태어난 지 62일째 되는 날에 고열로 처음 병원에 입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부부는 하엘은 큰 병에 걸렸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이라는 진단을 했고, 입원치료 후 상태가 좋아져 퇴원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열이 나서 입원을 하고, 90일 동안 총 네 번의 입'퇴원을 반복했다.

당시 담당의사는 하엘의 상태를 보고 일반적인 폐렴이 아님을 직감했다. 의사의 소개로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진 하엘은 희귀병인 '낭성 섬유증' 진단을 받았다. 낭성 섬유증은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나타나는 질환으로 주로 폐와 소화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병이다. 가래로 인해 기도와 기관지가 폐쇄되고, 세균 번식을 촉진시켜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발병된 사례가 10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 병이다.

하엘를 데리고 서울로 간 부부는 마음의 준비까지 했다. 가래가 배출되지 않아 숨을 쉬지 못하고 눈이 뒤집히는 걸 보면서 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7개월이나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만큼 상태는 심각했다. 혼자서는 숨을 쉴 수 없어 호흡기를 달고, 밥도 입으로 먹을 수 없어 코를 통해 음식물을 섭취해야만 했다. 췌장 소화효소가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3시간에 한 번씩 밥을 먹어야 하고, 하루에 밥 먹기 전과 후에는 약을 먹었다. 몸에는 호흡기, 치료제 등 7, 8개의 관이 꽂혀 있지만 하엘은 아프다는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리다.

부부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시간 중 하나는 가래를 뽑아낼 때다. 기관지 깊숙한 곳까지 가래가 침투해 4.7㎏밖에 되지 않는 몸을 마구 두드려야 가래가 겨우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엘은 모든 걸 버텨내고 있다.

◆큰 치료비용 부담

부부에게 하엘이의 건강이 가장 우선이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희귀병이라 치료제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가래에 있는 녹농균을 치료하는 약은 한 번 주사를 맞을 때 1천100만원이다. 한 번 치료를 시작하면 26일 연속으로 주사해야 한다. 비용만 2억8천600만원에 이르는 치료제는 전 세계에서 한 군데 제약사에서만 만들고 있어 구하기도 쉽지 않다. 녹농균 치료는 재발할 때마다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더 많은 돈이 들지 알 수 없다.

각종 기계를 달고 있는 데다 감염 우려도 있어 1인실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돈도 만만치 않다. 하엘이 매일 먹는 분유도 특수 분유라 한 통에 5만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퇴원을 하면 집에서 생활할 하엘을 위해 인공호흡기 등 각종 기기를 구입하는 데도 꽤 많은 비용이 들었다.

아이가 아프면서 새롭게 느낀 것도 있다. 힘들지만 항상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강 씨가 목사로 있는 교회 교인들과 사연을 들은 많은 사람이 경제적 지원은 물론 하엘의 건강을 위한 기도도 아끼지 않고 있다.

"도와주는 분들 덕분에 하엘도 우리 부부도 버텨왔습니다. 하엘에게도 그분들의 마음을 전해주고 건강해져서 베푸는 삶을 살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키우겠습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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