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공유가치창출 어떻게 할 것인가

로마에 가면 트레비(trevi)분수를 만나게 된다. 400년 동안 나그네들의 쉼터가 되었던 이 분수는 1960년대 수많은 영화에 등장하면서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특히 '로마의 휴일'의 주인공처럼 뒤돌아서서 동전을 3번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로 유명세를 더했다.

트레비분수는 세 갈래(tre)의 길(via)이 만나는 곳인데, 그 중심에는 BC 1세기에 만들어진 비르고 수로(Virgo Aqueduct)가 있어 로마 수로를 기념하기 위한 뜻도 담겨 있다.

BC 312년에 시작된 로마 수로는 건축과 함께 선진문명의 상징이었다. 수로가 없던 시절의 로마는 빗물을 가두어 사용하거나 강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수로가 만들어지면서 주변의 샘물과 호수에서 물을 끌어들이고, 사이펀 원리를 이용해 주택, 공중목욕탕, 공공건축물, 병영 등으로 급수하게 되었다. 3세기 초 로마 시는 11개의 수로를 통해 150만 명의 시민들에게 풍부한 물을 공급해 줄 수 있었다.

로마의 수로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가가 나서서 시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해 질병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로뿐만 아니라 하수구였던 클로아카 막시마(Cloaca Maxima)가 확장되면서 당시 로마인의 삶과 경제력이 최전성기를 누리는 바탕이 됐다.

최근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CSV)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것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경영 전략이다. 종전 개별 기업들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의 공동 관심사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로마시대의 공유가치가 위생 개선을 통한 질병 퇴치였다면, 오늘날에는 빈곤, 기후변화, 경제양극화 등이 새롭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기업은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아서 성장했으므로 사회에도 돌려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등장했는데 여기에 부응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다. 이것은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법적, 경제적, 윤리적 책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해왔고 선행을 통해 사회에 기부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기업은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사랑받는 기업이 되려면 단순한 선행만으로는 안 되며 이윤 추구만을 위해 비도덕적 행동을 하지 않고, 기업의 핵심 역량을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방안으로 CSV가 등장하게 되었다.

CSV가 CSR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CSV는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통해서 매출과 이익을 증대시키고, 사회문제를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과 일체화한다는 점이다. CSV이론을 개발한 포터 교수는 선행을 의미하는 CSR을 넘어서 사회문제를 비즈니스와 연계하고 파이를 더 크게 하면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으로 사랑받는 기업이 되려면 이윤 극대화를 위해 행동하던 개별가치 창출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포터 교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 ▷경제와 사회 발전의 경쟁력 강화 ▷지역 클러스터 구축을 필요조건으로 제시했다.

오늘날 기업들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놓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기업들은 생산과정의 친환경체제를 요구받고 있다. 게다가 소득 양극화 등에 대해서도 단순한 선행을 넘어서 동반성장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다. 로마시대의 수로는 당시 가장 큰 사회적 문제였던 수인성 질병을 막기 위해 국가가 나서 위생적인 물을 공급한 CSV의 성과물이었다. 수로를 통해 로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경제부흥의 원동력을 마련했다. 고대 로마는 수도였던 로마 시내뿐만 아니라 지역도시에도 정교하게 수로를 만들어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노력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영우/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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