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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질주하는 신기록 본능…올림픽 기록도 넘어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의 승리는 예정된 영광이었다. 4년 전 밴쿠버 대회 우승 이후에도 철저히 자기 자신을 관리해온 덕분이다. 소치 동계올림픽 홈페이지 선수 소개란에 나와있는 그의 별명 '꿀벅지'(Ggul Beok Ji)처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튼튼한 하체가 핵심이다.

밴쿠버대회 때보다 4kg가량 몸무게를 줄인 이상화의 종아리는 2010년 37.4cm에서 2012년에 38cm로 커졌다. 빙판을 미는 능력인 각근력이 좋아져서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됐다. 또 허벅지도 57cm보다 3cm가 늘어난 60cm로 폭발적인 스타트가 가능하다. 이상화는 '금벅지'를 만들기 위해 2013년 여름 내내 평지와 오르막길로만 구성된 산악 코스 8㎞를 사이클을 타고 달렸다. 또 자기 몸무게의 3배에 가까운 170㎏의 고중량으로 스쿼트를 했다.

이상화의 신기록 행진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마저 한 방에 날려 버린 값진 금메달이었다.

이상화는 12일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치러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숱한 신기록을 쏟아냈다. 이상화의 이날 1차 레이스 37초42, 2차 레이스 37초28, 합계 74.70의 기록은 올림픽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500m 단일 레이스 37초30, 합계 기록 74초75였다. 모두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이 세웠다.

첫 레이스에서 37초42를 기록해 자신이 지난해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아들레르 아레나의 코스 기록(37초65)을 가볍게 갈아치운 이상화는 두 번째 레이스에서 올림픽 기록까지 넘어섰다. 은메달리스트 올가 팟쿨리나(러시아'75초06)와 격차를 0.36초로 벌리면서 이상화는 역대 올림픽 최다 격차 기록도 새로 썼다. 원래 한 차례 레이스만으로 승부를 가리던 여자 500m는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1'2차 레이스를 치러 합산 기록으로 승부를 가려왔다.

이날 이상화가 달리기 전까지 가장 큰 격차가 난 것은 1998년 나가노 대회였다.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이 1'2차 합계 76초60을 기록해 수잔 아우크(캐나다'76초93)를 0.33초 차이로 제쳤다. 이상화는 이 기록까지 100분의 3초 단축했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76초09를 기록해 역대 가장 작은 격차인 0.05초 차이로 예니 볼프(독일·76초14)를 꺾고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을 이끄는 케빈 크로켓(40'캐나다) 코치는 이상화에 대해 '최고의 레이서'라고 극찬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남자 500m 동메달리스트인 그는 "이상화는 정신력이 좋은 선수"라며 "1차 레이스를 잘 풀어나가고서는 마음이 편해져 2차 레이스에서 왕베이싱과 달릴 때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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