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서 나름 경지에 이르러,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들의 취미생활은 그 분야에서 수준급 이상이거나 자신만의 기질이나 성향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27명 의원들은 취미생활을 조사해보니, 활동적인 스포츠형과 조용한 사색형으로 양분됐다.
◆선수'프로급 수준, 외향형 스포츠맨 취향
'등산'은 역시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도 가장 좋은 취미였다. 대부분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휴일에는 산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단순 취미를 넘어 '산꾼'의 경지에 이른 의원도 있었다.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은 산 좀 탄다는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프로급에 속한다. 한라산, 백두산 등 국내 주요 산은 물론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도 거뜬히 다녀왔을 정도.
김재원 의원(군위'의성'청송)은 암벽등반을 즐긴다. 북한산 인수봉을 비롯해 여러 암벽 코스를 섭렵하고, 순발력이 뛰어나 '날다람쥐'라고 불린다.
조용한 산행을 즐기는 나 홀로 등산족과 달리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은 산 친구가 수백 명쯤 된다. 서 의원은 2008년부터 매주 일요일 오전에 지역민들과 대구 함지산을 오르고 있다. 지난 300회 산행 때는 1천 명이 넘는 지역민과 함께 등반했다. 이외에도 정수성(경주)'김상훈(대구 서구)'윤재옥(대구 달서을)'김태환(구미을)'홍지만(대구 달서갑) 등 많은 지역 의원이 등산 바람에 몸을 싣고 있다.
장윤석 의원(영주)은 국회의원계 '탁구의 제왕'으로 불린다. 장 의원은 중학교 때 도민체전에 출전하기도 한 실력파이다. 그는 "그때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애국가를 전 세계에 울려 퍼지게 하는 탁구선수로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은 초등학교 야구부에 잠시 발을 담갔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그의 야구사랑은 2010년 국회 야구팀 '이구동성'(異口同聲) 창단의 원동력이 됐다. 조 의원은 "당시 본회의장에서 강승규 의원을 만나 야구부 창단을 제안했고, 김무성 의원의 지원을 받아 야구단을 만들었다"며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자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심학봉 의원(구미갑)은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광'이다. 20년 전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재직 시절 소속 축구팀 선수 겸 감독으로 활동했다. 이후 붙여진 그의 별명이 히딩크와 심학봉의 합성어인 '심딩크'다.
◆'독서'농사'서예'다도' 나 홀로 사색형 취미
국회 의정 활동과 지역구 방문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의원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책이다. 언제 어디서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기 때문. 책을 친구로 둔 의원이 유독 많은 이유다. 그 중 김종태 의원(상주)이 읽는 책은 조금 특별하다. 대학, 논어, 맹자, 중용 등 중국 고전 위주다. 읽는 장소도 색다르다. 서울 종로의 금곡서당이다. 김 의원은 이곳 서당의 8년째 단골 학생으로 매주 수요일에 서당을 찾아, 사서(四書)를 읽으며 옛 성현의 가르침을 배우고 있다.
책을 읽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아예 작가로 나선 의원도 있다.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구)은 지난해 9월부터 틈틈이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원고지 삼아 '국회의원 김희국의 일사일언(一事一言)'을 집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 코너에서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풀어낸 뒷이야기 위주로 싣고 있다. 이한구(대구 수성갑)'최경환(경산'청도) 의원도 시간이 날 때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책이라고 했다.
풀과 나무, 꽃에 둘러싸여 휴식을 보내는 '물아일체(物我一體)형' 의원도 많다. 대구시 환경녹지국장'팔공산 관리소장 등 유독 수목(樹木)과 깊은 인연을 맺은 이종진 의원(대구 달성군)의 관심사는 나무 가꾸기다. 권은희 의원(대구 북갑)은 '도시농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텃밭에서 무, 배추, 감자 등 각종 농산물을 기르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김광림 의원(안동)의 둘도 없는 친구 중에는 진돗개가 포함돼 있다. 그의 진돗개 사랑은 유별나다. 어렸을 적부터 진돗개를 키웠다는 김 의원은 진돗개를 보호'육성하는 동아리를 만들고, 진도에 진돗개 관련 테마파크를 만드는 등 진돗개와 관련된 일이라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 김 의원은 "진돗개와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행복하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진돗개 '평화'와 '통일' 중 '평화'는 김 의원이 직접 키우던 '선돌이'의 핏줄"이라며 뿌듯해했다.
이한성 의원(문경'예천)은 틈만 나면 붓을 잡는다. 먹을 갈고, 화선지에 글을 쓰는 서예가 취미다. 이 의원은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정적인 취미인 서예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국회의 '불교통(通)'으로 널리 알려진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의원실을 다도방으로 활용할 정도로 전통 차에 조예가 깊다.
◆몇몇 국회의원의 특이한 경력
국회의원들의 살아온 이력 중에는 세간의 이목을 끌 만한 특기나 경력들이 있다. 이들은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험을 통해 내공을 쌓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특이한 자격증을 갖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 류성걸 의원(대구 동갑)은 경제학 박사임에도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자동차 배터리 과도방전 방지 특허를 갖고 있다. 권은희 의원은 전자계산 조직응용 기술사(36회) 자격증을 갖고 있다.
해외활동이 돋보이는 경력도 있다. 조원진 의원은 1년에 7∼8회 중국을 방문하는 중국통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상하이 당서기 때부터 5번이나 면담했다. 박명재 의원(포항 남'울릉)은 말레이시아로부터 1등급 수교훈장 및 작위를 받았다. 홍지만 의원(대구 달서갑)은 미국 UC 버클리 교환학생 시절에 국제 교환학생회 회장을 맡았다.
의외라 생각이 들 정도의 인생 행보를 보인 의원들도 있었다. 이완영 의원(고령'성주'칠곡)은 노동부에 근무할 당시 밴드 활동(드럼)을 하기도 했으며, 이한성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교관 출신이다. 이병석 의원(포항 북)은 검도 유단자다.
여러 직업을 거친 의원도 있다. 이철우 의원(김천)은 수학교사-국정원 직원-경북도 정무부지사 등 다양한 영역의 직업을 넘나들었다.
기획취재팀=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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