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김범일 대구시장이 3선 불출마를 선언한 기자회견장에서 대구시 한 중견 간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범같이 일만 했던 시장님의 열정과 실적을 시민들이 몰라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 시장은 이날 "각계각층의 의견과 여론 등을 고려해 불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재임 기간 대구는 새롭게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고 앞으로 4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비전과 열정을 가진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펼쳐놓은 여러 가지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보고 싶은 생각은 많았으나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뜻을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고 불출마 계기를 밝혔다.
김 시장의 불출마 배경에는 시민들의 3선에 대한 피로감, 상대적으로 높은 교체 지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그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이들은 한결같이 안타까움을 보이면서도 김 시장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 시장 8년, 부시장 2년까지 더해 10년 동안 대구 발전과 시민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 시장으로서는 꽤나 억울했을 법하다.
그렇다. 김 시장은 역대 어느 시장보다 대구를 위해 큰 족적을 남겼다. '나무 시장'으로 불렸던 이상희 전 시장, 카리스마 넘쳤지만 많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던 문희갑 전 시장, 지하철 사고 때문에 스스로 족쇄를 찼던 조해녕 전 시장 등과 비교할 때 역대 어느 대구시장보다 굵직한 일을 많이 성취했다.
김 시장은 재임 기간 5천600억 원의 부채를 줄여 대구시 재정 건전성 강화에 힘썼다. 그는 기채를 발행해 인기성 사업을 벌일 수도 있었지만 이는 결국 대구와 시민들의 족쇄가 된다며 뿌리쳤다.
2006년 5천900억 원에 불과하던 국비 확보도 작년엔 3조 2천억 원으로 5.5배가량 늘렸고 달성군에 국가산업단지도 유치했다. 국가산단은 대구가 20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또 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등 대형 국책 사업을 대구로 끌어와 지역 발전의 씨앗을 뿌렸다.
이뿐인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글로벌 대구'의 초석을 다졌다. 문화예술 분야의 인프라도 어느 시장보다 많이 깔았다. 그야말로 김 시장은 '대구의 기초 체력을 다진 시장'임에 분명하다.
다만 정치력은 아쉬웠다. 그는 지역의 리더였지만 중앙 무대에 '대구의 무게감'을 싣지 못했다. 비록 김 시장이 대선 후보로 평가받기를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대구의 위상과 존재감을 떨치는 정치 감각은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 지역의 중론이다.
이제는 시민들이 김범일 시장 이후 대구의 리더십에 관심을 가질 때다. 김 시장이 6'4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너도나도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이미 출사표를 던졌거나 거론되는 인사만 1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시민들과 정치권에서는 현재 시장 후보들 가운데서는 대구의 변화와 발전을 선도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류다. 이 때문에 대안 인물 영입론도 나오고 있다.
김 시장이 얘기했듯이 대구시장 자리는 전국 광역단체장 가운데 가장 힘든 자리다. 도 단위 지자체는 단체장이 생색 내기가 쉽지만 광역시는 시장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직접 뛰어야 하는 자리다.
차기 대구시장은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 유치같이 비현실적인 공약을 추진하기보다 대구의 현재 역량과 나아갈 바를 확고히 인식한 인물이 돼야 한다.
중후장대형 제조 기업 유치는 대구의 여건상 거의 힘들다. 대신 대구가 강점을 지닌 첨단소재'부품, 의료 분야에서 강소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또 연구개발기관을 엮어내 융합적 신성장 엔진을 창출해야 한다. 현재 테크노폴리스, 첨단의료복합단지, 혁신도시엔 각종 국책 연구기관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고, 서서히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차기 시장은 이 같은 대구의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열매를 달고 대구의 성장동력과 먹을거리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후속 프로그램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차기 시장은 창의적인 비전과 아이디어를 접목해 저돌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사람, 경제를 잘 알고 정치적인 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역동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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