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자재 실명제' 마음놓고 드세요

음식점 한우·간장·된장 등 납품업체 이름까지 표기

12일 대구 시내 한 식당이 각 음식에 사용되는 식자재를 설명한 메뉴판을 내건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2일 대구 시내 한 식당이 각 음식에 사용되는 식자재를 설명한 메뉴판을 내건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한우는 경력 23년의 고령축산 ×번 경매인 ○○○씨에게서, 사골'도가니'양지'사태는 ○○축산에서 가져옵니다. 믿고 드세요."

음식점들이 자체적으로 식자재표시제를 도입하는 등 '먹거리 안심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음식점 원산지표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식재료의 공급처와 유통경로를 스스로 밝히는 대신 합당한 가격을 책정해 정직하게 장사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문을 연 대구 수성구 들안길의 한 설렁탕 전문점은 메뉴판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 상호와 업체 대표의 이름, 전화번호까지 공개하는 '식자재실명제'로 손님 유치를 하고 있다. 메뉴판에는 '23년 경력, 100% 한우 납품하시는 분, 정직하신 분'이라는 공급자의 특성까지 꼼꼼하게 적어뒀다. 한우만 사용한다는 이 가게는 대신, 호주'뉴질랜드'미국산을 섞어 끓여내는 다른 가게에 비해 음식값이 조금 비싸다.

이 음식점의 김동진 대표는 "100% 한우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 식자재실명제를 하게 됐다.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의 전화번호를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일부 손님들은 그곳으로 직접 연락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업체도 더 좋은 식자재를 공급하려 노력하게 된다"고 했다.

수성구에서 '유기농 전문음식점' 간판을 내건 한 음식점은 주재료의 재배농장과 100여 명의 '농사꾼'(재배인) 이름,은 물론 간장, 된장, 마요네즈 등 양념류 제조업체명까지 빼곡히 적힌 '음식재료 이력서'를 실내 곳곳에 걸어놨다. 이곳 안성남 대표는 "합성첨가제로 조리된 식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틈만 나면 농산물 재배 농장과 양념류 제조업체에 가서 재료의 '정직성'을 관리한다"고 했다.

음식점들이 '안심 마케팅'을 하는 것은 음식점 원산지표시제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음식점 원산지표시제는 2008년 7월부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쌀, 배추김치 등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 28일부터는 염소고기, 명태, 고등어, 갈치 등 16개 항목으로 확대됐다.

음식점에 의무화된 원산지표시제는 음식명과 가격이 적힌 메뉴판, 게시판 바로 옆 또는 밑에 음식명 크기 이상의 크기로 원산지를 써 두도록 했다. 하지만 소규모 음식점은 표시 방법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고, 일부 음식점은 원산지를 아예 적지 않고 있거나 속이는 곳도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대구경북에서 245개 음식점이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해 적발됐고, 64곳은 원산지를 표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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