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남북 고위급 접촉 반갑지만, '북핵 불용' 지켜야

어제 이뤄진 남북 고위급 접촉은 남북이 6년 2개월 만에 머리를 맞댔다는 의미가 크다. 남북은 2007년 12월 10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끝으로 서로 관심 사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적이 없다. 대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이어지며 남북 관계는 요동쳤다. 박근혜정부 들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안했지만 북은 1년이 다되도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의중을 담은 차관급 인사들이 접촉해 서로 입장을 밝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대화는 상당 부분 비공개로 진행되고 상호 관심사를 경청하는 탐색전 성격이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유익했다고 본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두고 대화를 나눔으로써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는 지속되어야 한다.

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이번 접촉은 관례적으로 공개되던 수석 대표 환담 내용조차 사전 보도를 금지할 정도로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다. 남측으로서는 25일 예정된 이산 상봉의 원활한 진행과 이산 상봉 상설화,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북핵 문제의 전향적 조치 등을 제기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은 지난달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발표한 '중대 제안'의 이행을 내세웠을 것이다. 북은 상호 비방'중상 중지와 군사적 신뢰 조치의 구축을 요구한 바 있다.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 훈련의 중지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접촉이 미리 아무런 의제를 정하지 않은 만큼 남북의 모든 관심사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던 것은 잘된 일이다. 이를 계기로 장관급 회담이나 정상 회담까지 논의를 격상시켜 보는 것도 기대해 볼 만하다.

그렇지만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남북 관계의 어떤 진전도 모래로 쌓아올린 탑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북핵 불용이라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 북은 이 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대화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북핵이 남한을 겨누고 있는 한 모든 대화의 결과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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