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폭설에 멈춰버린 농촌

영덕 포항 울진 복구도 못해 기름 동나도 사러못가 '덜덜'…특별재난지역 지정 요청

경북 북부와 동해안 지역에 닷새째 폭설이 이어진 12일 하늘에서 바라본 울진군 북면 산간마을 일대가 눈 속에 파묻혀 있다. 설경(雪景)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지만
경북 북부와 동해안 지역에 닷새째 폭설이 이어진 12일 하늘에서 바라본 울진군 북면 산간마을 일대가 눈 속에 파묻혀 있다. 설경(雪景)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지만 '겨울왕국'에 갇힌 주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경북 동해안에는 14일까지 최대 15㎝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포항'울진'영양'봉화 등 동해안 및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포항에서만 100곳이 넘는 농업시설 피해가 나는 등 도내 곳곳에서 비닐하우스, 축사 등이 무너져내렸다. 그러나 도로 위에 쌓인 눈 치우기에도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피해 농가에 대한 복구작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특히 산골 오지마을 주민들은 시설 피해 복구는커녕 길이 끊긴 탓에 난방 기름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추위에 떨고 있다.

최고 60㎝ 이상 폭설이 내린 영양군 수비면 신원2리 권상호(60) 씨는 "비닐하우스 900㎡ 중에 70% 정도가 내려앉았다. 철골조 비닐하우스여서 전문 장비가 필요한데 전문업체를 눈 때문에 이곳 오지까지 부를 수도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곳에는 13일 다시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인근 신원1리 박태화(85) 씨는 "고추 모종을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주저앉았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71㎝라는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포항시 죽장면 상옥리 비닐하우스 밀집지역. 이 동네에서는 비닐하우스 90동, 축사 7동이 모두 무너져내렸다. 4천여㎡ 규모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내린 이동건(48) 씨는 "싹을 틔운 토마토가 모두 얼어버렸다"고 한숨지었다.

울진군 서면 쌍전 1'2리와 삼근리 일대 외딴 마을 주민들은 난방유가 동나자 추위에 떨고 있다. 주민 김분옥(70'여) 씨는 "기름이 떨어져 보일러를 못 돌린다"고 했다. 노태일 면장은 "눈이 1m 넘게 쌓인 곳도 있다 보니 아직 차량 진입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12일 오후 기준으로 도내 폭설 피해액은 2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 경주, 영천, 청송, 영양, 봉화, 울진 7개 시'군 211농가에서 하우스 등 농업시설과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 182동, 축사 11동, 버섯재배사 10동, 인삼재배시설 6동 등 농업시설 230동이 붕괴하거나 파손됐다. 울진에서는 꿀벌통 2천750개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서졌고, 포항에서는 토마토'부추 밭 1.4㏊에서 피해가 났다. 11일에는 경주 계림초등학교 강당 지붕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경북도와 시'군은 공무원, 군인, 단체 등 1만6천여 명의 인력과 장비 2천300여 대를 동원해 주요 간선도로, 이면도로에서 제설을 하고 있지만 눈이 계속 내려 완전 제설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는 포항시의 제설작업을 돕기 위해 공무원 80명, 자원봉사자 40명과 개인 제설장비를 보냈다.

정부는 경북 12억원, 강원 30억원, 울산에 3억원 등 특별교부세를 보냈다. 경북도는 폭설피해가 난 도내 북부 및 동해안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조속히 지정하고 피해복구를 위한 특별지원을 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경북도는 또 농작물 피해조사를 17일까지 끝내 농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폭설 피해 주민 및 중소기업에 복구 자금을 가계 최고 3천만원, 기업 최고 3억원까지 지원한다. 도는 응급복구 장비 임차 및 자재 구입을 위한 특별교부세 45억원도 안전행정부에 신청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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