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이 싸고 양도 푸짐한데다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분식점이 진화하고 있다. 서민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깔끔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퓨전 방식을 내세우는 등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특정 메뉴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각각의 전문성을 살린 종합 분식 전문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장인의 맛을 추구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로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일식집 수준 분식점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에 있는 '5pm'은 종합 분식 전문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곳이다. 5pm이란 하루 중 가장 출출할 때인 오후 5시를 가리키는 말. 자리가 비좁아 줄을 서야 할 때도 있다. 그만큼 젊은 층과 주위 회사원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박병규(34) 사장은 평범한 메뉴를 비범하게 내놓는 재주를 가졌다. 튀김부터 수제돈가스, 우동, 떡볶이까지 다양한 메뉴 하나하나마다 박 사장의 내공이 느껴진다. "수십 년간 메뉴 개발을 하며 터득한 노하우가 손님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 같다"며 "보통의 분식점들은 한두 가지 메뉴만 메인으로 맛있고 서브 메뉴들은 특화성이 부족한데 비해 5pm은 튀김과 돈가스, 떡볶이, 우동 등 메뉴마다 공을 들여 최고의 맛을 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 오면 메뉴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튀김도 먹고 싶고, 수제돈가스도 먹고 싶다. 우동도, 떡볶이도 먹고 싶다. 이럴 땐 세트 메뉴를 시키는 게 좋다. 다양한 음식을 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주문하면 여느 분식점처럼 바로 나오지 않는다. 주문 후 요리하기 때문이다. 요리하고 있는 박 사장 뒤 벽면에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고급 분식 요리를 만들자'라는 표어가 눈에 띈다.
주문한 튀김이 나왔다, 5pm이 자랑하는 튀김 요리다.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바삭하다. 큼직한 왕새우 튀김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살짝 씹으니 바삭바삭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맛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다. 하나은행 수성동점 정영희 씨는 "크기도 크기지만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기가 막힌다. 여느 튀김집과는 다르다. 손질도 깨끗하게 잘 돼 있어 새우 대가리는 물론 수염까지 먹어 치운다"고 말했다.
오징어 튀김 또한 다르다. 오징어 살이 두껍고 길어 먹을 것이 있다. 고기고추튀김은 이름 그대로 당면뿐만 아니라 고기가 듬뿍 들었다. 이 집 튀김의 비밀은 튀기는 방법에 있다. 박 사장이 말한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튀기는 시간과 온도가 제각각 달라요. 재료의 촉촉한 수분을 보존하면서 빠르게 요리해야 합니다. 손님들이 대가리째 먹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죠. 뭐."
돈가스 역시 먹을 만하다. 수제로 만든다. 고기는 두껍고 튀김가루는 얇다. 돈가스에 사용되는 돼지고기는 지리산흑돼지다. 박 사장은 "손님들이 더 잘 알아요. 육즙이 나와 확실히 맛이 달라요"라고 했다.
케이준샐러드는 일단 비주얼이 좋다. 양상추와 파프리카, 오이, 파인애플, 새싹 채소까지 듬뿍 들었다. 밀가루 음식을 먹고 더부룩할 때 먹으면 입 안이 깔끔해진다.
달달한 떡볶이도 인기다. 꿀맛떡볶이, 치즈떡볶이, 우동떡볶이, 항공모함떡볶이, 미친떡볶이(매운떡볶이) 등 종류도 많다. 쫀득쫀득한 떡은 양념이 잘 배어 있다. 박 사장은 "밀가루와 쌀가루를 섞어 떡을 만드는데, 배합이 비결"이라고 했다. 세트를 시키면 떡볶이는 무한리필이다.
튀김과 돈가스 등을 찍어 먹는 소스는 간장과 칠리, 그레인 소스 등 세 가지. 특히 땅콩과 참깨 등 곡물로 만든 그레인 소스가 인기다. 박 사장은 "입맛대로 찍어 먹으면 되지만 고추튀김은 간장, 새우나 오징어 등 해산물 튀김은 그레인 소스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고 했다.
단골인 정영희 씨는 "주문 즉시 튀겨낸 튀김은 모양도 좋고 바삭바삭해 식감이 달라요. 특히 일일이 손질해 튀긴 큼지막한 새우는 먹음직스럽다"면서 "가끔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오는 신랑과 맥주를 마시곤 하는데, 신랑도 음식이 괜찮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혜지 씨는 "인테리어도 젊은 감각으로 꾸몄고, 음식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며 "오후 배가 출출할 때 자주 들른다"고 했다. 이승훈 씨는 "다른 메뉴도 괜찮지만 특히 종류가 다양한 튀김이 맛있다"며 "두툼한 오징어 튀김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런치세트A(수제돈가스, 샐러드, 공깃밥, 오징어튀김, 떡볶이 등) 5천900원, 런치세트B(가쓰오우동, 날치알야채주먹밥, 오징어 튀김, 떡볶이 등) 5천900원. 모둠튀김(새우, 오징어, 고추, 고구마, 감자 등) 1만1천500원(중)'1만4천500원(대), 수제돈가스 6천900원, 땡초돈가스 7천500원, 날치알야채주먹밥 3천원, 미친(매운)우동 5천500원, 가쓰오우동 4천500원.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영업시간: 낮 12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명절 당일 휴무)
▷규모: 30여 석
▷주차장; 없음
▷문의: 053)767-5828, 대구시 수성구 수성1가 272-4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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