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일본해에 빼앗긴 동해를 찾자!

미국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병기(倂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 하원을 통과해 주지사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일본은 끊임없이 동해가 독도와 함께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적으로도 동해의 명칭 문제는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은 일본의 영향력으로 2000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지도의 90% 이상을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였으나 2008년 9월 자료에 의하면 외교부가 75개국에서 발간된 353개 지도를 대상으로 동해 표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한 지도는 전체의 23.8%, 일본해 단독 표기는 74.2%, 무표기는 2%, 동해 단독 표기는 전무했다고 한다.

동해의 명칭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관심은 독도에 관심이 많이 쏠려 있지 정작 동해 표기 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호칭 및 명명에 대한 국제적인 분쟁이 벌어질 때엔 결국 역사적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문제의 시말을 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해라는 명칭이 쓰인 역사는 언제부터였나? 1800년대 일본이 만들었던 고지도에도 동해는 분명하게 조선해(朝鮮海)였다. 일본해라는 명칭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일본해 단독 표기는 천부당만부당하다. 고구려 시조 동명왕 기사(BC 59년)의 '동해지빈유지'(東海之濱有地) 구절에서 벌써 동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광개토왕비의 3면에는 수묘인(守墓人)의 수가 기록되어 있는데 '동해매'(東海賣)가 등장한다.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도 '동해' 명칭만큼은 이상스러울 정도로 일관되어 왔다.

반면, 일본해라는 용어는 기껏해야 19세기 말부터 쓰였다. 1809년에 일본이 발간한 다카하시 가게야스의 '일본변계약도'도 '조선해'(朝鮮海)라고 하지 않았던가.

1921년 설립된 국제수로기구(IHO)는 1929년 총회에서 바다 명칭을 최초로 공식화하였고 그해 동해를 일본해라고 등재했다. 당시는 우리의 국권이 빼앗긴 시기로 국제수로기구가 일제의 뜻에 따라 일본해로 기록한 것은 어쩌면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다.

세계지리 학계에서는 역사성과 대표성을 지명 결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바다 이름은 그 바다에 면하고 있는 나라들이 협의하여 조약을 맺어 국제적으로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해 호칭 문제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전혀 없었다. 1929년의 국제수로기구 회의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한 명도 참석할 수 없었다. 주로 군인과 수로 관계자들이 합의해서 일본해로 호칭을 정한 것이니 결정 과정 자체가 합법적이지 못한 것이다. 역사성과 대표성을 기준으로 논의하여 바다의 이름을 정하는 국제수로기구의 기준에 맞지 않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냉엄한 국제법의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한반도에서 수천 년간 동해로 불러왔다고 아무리 증거물을 내밀어도 오늘날의 국제적 힘의 질서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바다의 명칭을 결정하는 일반적 원칙은 해당 지역의 왼쪽에 있는 대륙명을 따르는 것이므로 한반도 동쪽에 위치하는 바다는 동해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일본해라는 명칭이 동해라는 명칭보다 훨씬 후대에 쓰였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으며 동해가 대한민국과 북한, 러시아, 일본 등 4개국이 인접한 해역인데 일본 국호를 딴 이름을 붙이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일본의 얄팍한 술수에서 벗어나 진중한 자세로 국제적으로 동해 병행 표기를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동해 단독 표기를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제일 먼저 우리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력을 길러야 한다.

노수문/광복회 대구남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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