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무역국인 네덜란드는 농식품 수출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2012년 기준 754억달러(79조원)에 이른다. 세계 2위 규모다. 같은 해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액 7조6천억원의 10배다.
이러한 기반에는 유럽 청과물 유통을 꽉 잡고 있는 생산자 중심 농산물 유통 조직 '그리너리'가 있다. 농산물 품질과 생산력은 물론 유통 파워가 성패를 좌우하는 FTA 시대에 네덜란드 농업의 미래를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다. 우리에겐 1등 농산물 유통의 롤모델이다.
◆농산물 유통 강국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유럽 3대 시장인 영국, 독일, 프랑스의 중간지점에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나라다. 지금은 세계 7대 무역국이 됐다. 농산물 무역도 마찬가지다. 매년 750억달러 규모의 농식품을 수출하고, 그 60% 수준인 500억달러 규모의 농산물을 수입한다. 수입농산물을 재수출하는 중계무역과 원료 농산물을 수입 및 가공해 수출하는 가공무역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그리너리가 있다. 현재 유럽을 포함한 세계 60여 개국에 유통망을 확보해 농산물 200여 품목을 공급하는 거대 농산물 유통 조직이다. 전체 직원이 2천500여 명에 달하며 2012년 기준으로 14억유로, 우리 돈으로 2조7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중간지점에서 유달리 강한 면모를 보이는 네덜란드 무역의 전통을 잇고 있는 셈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리너리는 일반적인 대형유통업체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리너리를 만든 주체는 기업이 아니라 한때 위기에 몰렸던 네덜란드 농민들이다. 그리너리는 농산물 생산자들이 소유한 '생산자연합'(네덜란드 식품원예협동조합)과 생산자연합이 전액 출자해 만든 판매회사인 '그리너리BV'로 구성돼 있다.
◆혁신으로 극복하다
1996년 네덜란드의 9개 청과물 경매농협이 뭉쳤다. 대형유통업체에 맞설 수 있는 몸집을 만들었다. 바로 그리너리다. 곧장 혁신이 이어졌다.
그리너리는 생산자연합과 판매회사로 구성된 이원화 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형 경영과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조화시키며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판매 회사인 그리너리BV는 전문 경영인을 내세워 판매'물류'배송'수출 등 농산물 생산 이외의 임무를 맡았다.
이후 그리너리만의 차별화된 유통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린다이렉트'(Greendirect)라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조합원들은 그리너리에 연'월'주간 농산물 생산 예정량을 통보한다. 그리너리는 조합원들에게 고객의 주문정보'물류계획'시장동향 등 정보를 제공한다. 농산물 유통을 규모화하는 만큼 정보 공유를 통한 체계적인 수급 조절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농산물 유통 규모화의 또 다른 조건은 엄격한 품질 관리다. 아무리 규모가 커지더라도 작은 결점도 결코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너리의 모든 조합원은 유럽의 GAP(농산물 우수관리) 인증을, 모든 유통시설은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등 각종 품질인증을 획득해야 하고, 이력관리시스템도 필수로 갖춰야 한다. 그리너리는 농산물 등급별로 가격을 차별화해 1등급(수출용)과 2등급(내수용)의 가격 차이가 최대 배 정도까지 나도록 한다. 일종의 경쟁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조합원들이 품질관리 고민에 허덕이도록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너리 소속 품질 관리사들이 조합원들의 농장과 물류센터를 순회하며 제공하는 품질 지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높인 소비자 신뢰도는 그리너리의 통합 브랜드인 'The Greenery'에 오롯이 투영된다. 그리너리의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는 다시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모으는 선순환을 만든다.
◆경북 농산물 유통, 그리너리처럼
그리너리의 성공 요인으로 전문 유통(판매) 조직 강화, 소비자(시장) 중심 농산물 생산과 유통, 정보기술(IT) 활용,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 도입, 통합 브랜드 마케팅 등이 꼽힌다.
경상북도가 올해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는 '경북형 과수 산지유통시스템'도 같은 맥락에서 장기 추진 전략을 짜고 있다.
우선 생산과 유통을 함께 관리하는 통합마케팅 컨트롤 타워를 설치해 운영한다. 이 컨트롤 타워는 과수 품목별 협의회와 마케팅 지원팀으로 구성된다. 이원화 구조로 각 산지의 생산자들을 대변하면서 전문 통합마케팅 업무도 지원하는 것이다. 지역 군소 브랜드끼리 따로 펼치던 마케팅 업무를 통합해 전문성을 높이고, 창구 단일화로 수급 조절에도 공동 대응한다는 취지다.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품질 향상에도 힘쓴다. 경북도는 고품질 과수의 안전한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시설 현대화를 위해 올해 48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과수 품목을 포함해 올해 경북도 등 각 농업 관련 기관'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농산물 관련 정책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우선 농산물 정보 공유 체계가 강화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농산물유통정보(KAMIS)의 조사 대상 품목을 대폭 늘리고, 유통 비용 및 경로 등 농산물 유통 실태 조사를 활성화한다. 특히 로컬푸드, 농산물 꾸러미 등 FTA 시대에 떠오를 것으로 보이는 신규 유통 경로에 대한 조사에 힘쓸 계획이다.
고품질 농산물 정책도 추진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2017년까지 GAP 인증 농산물을 국내에서 생산량의 3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GAP 인증 수요에 맞춘 맞춤형 교육 및 컨설팅을 강화하고, 위해요소 관리체계화 등 인증 기준도 내실화할 계획이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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