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10초 04. 그의 마지막 레이스 기록은 1위 스테판 흐로타위스(네덜란드)의 1분 08초 39와는 1초 65 차이의 21위였다. 2014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천m에서의 성적이다. 1978년생인 그는 올해 우리 나이로 37세다. 1993년에 성인 국가대표가 됐지만, 주니어 국가대표였던 1991년부터 치면 24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1997년 캘거리 월드컵 1천m에서 1분 10초 42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2001년에는 1천500m에서 1분 45초 20으로 다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최고의 전성기 때였던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2003년에 이어 1천m와 1천500m를 2연패했다.
이어 2007~2011년 5년 동안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서 4번이나 종합 우승했다. 2012년 캘거리 대회에서는 2위에 그쳐 최초의 5회 종합 우승자는 되지 못했다. 그때 다섯 번째 우승을 막은 이가 바로 스테판 흐로타위스였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는 행복했고, 또 불행했다. 부침도 많았지만, 2번의 세계신기록 수립, 4번의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대회 제패의 기록을 두고 보면, 행복했다. 그러나 올림픽의 외면으로 불행했다.
16세 때인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를 시작으로 1998년 일본 나가노,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2010년 캐나다 밴쿠버, 그리고 올해 러시아 소치까지 6번의 동계올림픽 출전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은 토리노의 1천m 4위다. 이를 보여주듯, 1천m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올림픽 메달이 없어서 항상 부족한 선수라고 생각했고, 결국 약간 부족한 선수로 마감 짓는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은 누구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넘쳐나서 즐겁고, 행복했다. 다만 "가장 기쁜 건 아직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슬픈 건 이제는 선수로서 스케이트를 못 탄다는 것"이라는 말은 아쉽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잔뜩 웅크린 모습을 더는 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다. 그래도 "약간은 부족한 스케이트 선수로 끝나고, 앞으로 살아가겠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좀 더 노력하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한 것을 보면 빙판 위에서 중요한 삶의 교훈을 배웠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의 행복함'은 과거에서 미래까지 계속 진행형이다. 그는 '이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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