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0시 40분쯤 대구 중구 서문시장 인근 5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큰 피해 없이 15분 만에 진화됐지만 화재 당시 인터넷에는 '서문시장 화재'라는 제목으로 한참 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실검)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에도 '동성로 화재'라는 제목으로 당시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이 화재도 인명 피해 없이 진화됐지만 누리꾼들 사이에 뜨겁게 회자됐다. 일각에서는 다른 도시에 불이 나면 큰 이슈가 되지 않지만 유독 대구에 불이 나면 온라인을 달구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구 화재,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대구의 화재는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 평균 수준이다. 2013년 대구의 화재 건수는 1천538건으로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광주(1천110건)나 대전(1천265건), 울산(1천192건)보다 많지만 부산(2천323건)이나 인천(1천575건)보다 적다.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 또한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 많은 편도 아니다. 대구는 인구 10만 명 당 화재 사상자가 4.4명(사망자 0.5명)으로, 울산 8.0명(사망자 0.2명), 대전 5.5명(사망자 0.6명)보다 낮다.
화재 빈도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11년 대구의 화재 건수는 1천990건이었으나 2012년 1천757건, 2013년 1천538건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도 과거 10년간(2001~2010년)은 연 평균 38명이었으나 최근 3년간(2011~2013년)은 9명 정도에 불과하다.
◆과거 대형 화재로 인한 이미지 영향
그렇다면 대구의 화재가 자주 실검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뭘까? 소방당국과 전문가들은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와 2005년 서문시장 대형화재 등 과거 굵직한 화재가 발생해 전국적인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의 뇌리에 '대구=화재 도시'라는 이미지가 각인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소 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처럼 화재만 나면 대구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온라인 검색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실검에 오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스마트폰을 통한 SNS도 한몫을 한다는 분석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화재 정보가 소방당국이나 언론 등 일부에서 나왔지만 이제는 모든 시민들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사건'사고에 대해 가십거리를 퍼 나르고 과거의 화재와 연결하려는 경향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과 인터넷 언론들의 자극적이고 무분별한 보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대구 화재가 자주 실검에 오르내리는 것과 관련, 이런 현상이 빈번하면 지역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자칫 '대구는 사고 도시'라는 이미지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남대 사회학과 허창덕 교수는 "경기도 화성 하면 연쇄살인사건을 떠올리듯 '화재'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대구를 대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한 번 이미지가 굳어지면 이를 씻어내기가 무척 힘들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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