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수결 재판의 함정…『국민참여재판 이대로 좋은가?』

형사재판 1심 0.1%만 국민참여…실제 참여재판 무죄율 고작 5%

국민참여재판 이대로 좋은가?/박홍규 지음/알마 펴냄

2013년, 이른바 '나꼼수 사건'과 '안도현 사건' 재판이 열렸다.

'정치적 사건'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데다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재판이었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검찰과 변호인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두 사건 모두에 대해 '무죄평결'을 내렸다. 그런데 판사는 '나꼼수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 '안도현 사건'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배심원으로 참여한 국민들은 둘 다 무죄라고 판단했는데, 법관은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지은이 박홍규는 이것이 바로 국민참여재판이 가진 치명적인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낳은 결과라고 지적한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재판에서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2008년 1월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 책은 국민참여재판의 핵심은 '배심원제도'라고 말한다. 배심제는 역사적으로 정부와 지배계급에 의한 형벌의 전횡적 사용과 남용을 막기 위한 보장책이다. 또 일반 국민의 상식과 폭넓은 경험을 사법에 적용함으로써 법이 사회와 유리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더불어 시민이 '국민 권리의 옹호자' '자유의 보루'로 나섬으로써 재판의 관료화와 정치화를 통제하고 일반인의 풍부한 경험에 근거한 사회의 양심과 시대의 상식을 구현할 수 있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은이는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참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문제투성이이고, 왜곡된 제도'라고 지적한다.

첫째 국민참여재판 건수가 전체 1심 형사재판의 0.1%에 불과해 국민참여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둘째, 배심원이 평결이 바로 선고 판결인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국민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평결은 권고 의견일 뿐이며 판결은 전적으로 판사가 내린다는 것이다. 셋째, 재판 결과에 대해 검사만이 항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미국 배심재판의 무죄율이 33%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 무죄율은 5.7%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실정이 이러니 누가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지은이는 국민참여재판이 진정한 민주재판이 되려면, 시민 배심원의 평결이 바로 선고 판결이 되도록 하고, 그 결과에 대해 판'검사가 군말 없이 승복하고, 대상 사건을 모든 민형사사건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무죄율을 더욱 높이는 등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은이의 말대로 '누구나 억울한 옥살이를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억울한 옥살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민재판의 '무죄 평결률'을 높이는 것이 적절한 대책인지는 의문이다. 지은이의 지적처럼 배심제는 국가의 형벌 전횡을 막고 국민의 일반 상식과 경험이 사법에 적용되게 하기 위함이지 '무죄율'을 올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무죄 평결률이 높은 미국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도 없다.

또 '정치적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게 옳은가'라는 검찰의 의문에 대해서 지은이는 '과거 몇 백 년 전 유럽에서 벌어진 수많은 정치적 재판에서, 자신들의 뜻과 달리 유죄를 선고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는 이유에서 배심재판을 거부하고 심지어 파괴하려 했던 독재자 왕들과 그 앞잡이들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치적 지지 성향이 확연히 구별되는 우리나라에서 똑같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사건이라도 다른 지역에서 재판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똑같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 호남에서 열리는 국민참여재판과 영남에서 열리는 재판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 정치적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검찰의 의견은 일리 있지 않을까.

지은이 박홍규는 영남대학교 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시립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 대학 법대와 영국 노팅엄 대학 법대,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연구하고, 오사카 대학교, 고베 대학교, 리쓰메이칸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있으며, 대표적인 진보적 법학자로 알려져 있다.

111쪽, 9천5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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