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879∼2014, 백열등 140년의 삶

아크등
아크등
찰스 브러시의 아크등(1878년) 과학창의재단
찰스 브러시의 아크등(1878년) 과학창의재단
형광등
형광등
안정기내장형 램프(CFL)
안정기내장형 램프(CFL)

지금부터는 백열등 선생의 살아오신 길을 조명해보도록 하자. 백열등(1873~2014) 선생께서는 지난 140년을 살아오시며 전 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빛을 전파하시고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셨다.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신 후 처음 100여 년은 선생의 시대라 할 만큼 인류를 위해 크나큰 공헌을 하셨다. 인류에게는 '어둠의 정복자' 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세상을 호령하셨다. 숱한 도전자들이 있었으나 그는 자신의 맡은 바를 묵묵히 해오셨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그의 자손들이 청출어람의 실력을 뽐내며 선생의 입지를 더욱 좁혀 들어왔다. 이제 뛰어난 자손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신 뒤 이제는 생산 및 판매 중단' 이라는 마지막을 맞이하셨다.

이화섭 기자

◆1802년 아크등 발명

-뿌리 없는 나무는 없기에 백열등 선생께서도 등유 램프, 가스등과 같은 다양한 조상이 있다. 1802년 백열등 선생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아크등 선생이 태어나며 신화의 씨앗은 뿌려졌다. 당시 아크등 선생은 '최초의 전깃불'로 가로등에 장착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빛이 너무 강하고 수명이 짧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1879년 에디슨의 백열등 발명

-아크등 선생을 본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은 '적어도 너의 자손은 장수하게 하리라' 하시며 연구에 매진하셨다. 1879년 12월 어느 날, 무명실로 만든 탄소필라멘트가 약 13시간 동안 불을 밝히는 데 성공하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백열등 선생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1887년 경복궁에 첫 백열전구 설치

-태어난 지 8년 만에 백열등 선생은 조선 땅을 밟으셨다. 1887년 3월 6일 저녁 조선 땅에 오시자마자 고종 황제를 알현하니 고종 황제께서는 백열등 선생을 경복궁 내 건청궁에 있게 하시고 그 밝음을 감상하셨으니 우리나라에 첫 백열전구가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황제 알현에 긴장하셨는지 자주 꺼지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 '건달불'이라 놀림도 받으셨다. 1898년에는 한성전기주식회사의 설립으로 조선 백성들도 백열등 선생이 비추시는 밝은 빛을 구경할 수 있었다.

◆1893년 미국 시카고 국제박람회

-백열등 선생의 빛이 얼마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지 보여주는 자리가 바로 1893년 미국 시카고 국제박람회장 전기 빌딩 코너의 전시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백열등 선생은 색깔과 밝기가 각각 다른 2천500개의 백열등으로 분신술을 보이시며 빛의 탑을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셨다. 이뿐만 아니라 발전기, 스위치 등 전기설비 또한 소개돼 향후 전기산업의 발전에 백열등 선생의 공이 지대했음을 보여주는 자리가 됐다.

◆1911년 텅스텐 필라멘트 백열전구 개발

-많은 연구자들은 백열등 선생의 수명 연장을 위해 무명실부터 낚싯줄, 대나무, 장미나무 등 수만 가지 재료로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결국 1911년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 사에서 텅스텐을 이용한 필라멘트로 백열전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백열등 선생은 좀 더 오랫동안 밝은 빛을 낼 수 있게 됐으며, 미국은 이때부터 가정에 백열등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1939년 형광등 발견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백열등 선생은 '어둠의 정복자'로 명성을 떨치고 계셨으나 필라멘트를 달궈 빛을 내다 보니 '에너지효율이 낮다'며 비판하는 무리가 있었다. 이에 GE에서 에너지효율이 높은 백열등 선생의 후손을 개발했으니 바로 형광등 선생이다. 하지만 '빛이 차갑다'며 백열등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백열등 선생은 '썩어도 준치'였다.

◆1990년 안정기내장형 램프(CFL) 등장

-20세기 말에 들어서며 백열등 선생의 자리를 실제로 위협하는 후손이 등장했으니 바로 우리가 '삼파장 전구'로 알고 있는 안정기내장형 램프가 그 주인공이다. 형광등처럼 밝은 불빛에 백열전구보다 8배 긴 수명, 바로 백열등 소켓에 꽂아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삼파장 전구는 급격히 백열등의 자리를 대체했다.

◆2014년 백열등 생산 및 판매 중단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 이제는 작은 반도체가 빛을 내는 LED(발광 다이오드) 전구의 시대가 열려 백열등 선생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한때 어둠을 밝혀 산업 발전의 선구자로 나서 인류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던 백열등 선생은 낮은 전력 효율 때문에 올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면서 우리 곁을 떠나게 됐다. 한때 '인류가 발견한 두 번째 불'로 불리며 인류의 삶을 바꾼 백열등 선생은 그렇게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아크등 : http://blog.naver.com/linhang/140118686260

백열등 : http://www.classstudio.com/img/internship/sightseeing_day2/edison_bulb.jpg

형광등 : http://ask.nate.com/qna/view.html?n=6311595

삼파장 : http://sp7047.blog.me/100193509764

LED : http://ftechblog.com/led-technology-newest-lighting-culture-of-this-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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