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림 사건' '유서 대필 사건' 관련자가 재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부림 사건'은 1981년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등 22명을 공안 당국이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 고문해 19명을 국가보안법과 계엄령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던 공안 사건이다. 당시 징역 1~7년을 받았던 고호석 씨 등 5명은 재심 청구를 했다.
부산지법 형사 항소 2부는 "학생운동이나 현실 비판적인 학습 행위만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 10부는 1991년 유서 대필 사건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만기 복역한 강기훈 씨에 대한 재심 판결에서 "당시 유서와 강 씨의 필적이 유사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는 신빙성이 없고, 강 씨가 유서를 대필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당시 전국민족민주연합 사회부장이었던 김기설 씨가 분신자살하자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검찰이 강 씨를 구속 기소한 것이다.
이 두 사건은 다른 공안 사건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정권 유지 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개인을 희생양으로 삼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국가의 강압'불법적인 공권력에 의해 각각 33년, 23년 동안 고통을 받았다. 뒤늦게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 긴 세월 동안 무너진 이들과 가족의 삶은 누구도, 어떻게도 채울 수 없다.
민주국가의 중요한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는 공정한 법 절차를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다. 이는 위법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물론, 명확한 증거에 따라 진행하는 그 과정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 감금, 고문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를 무시한다면, 국가가 마음대로 죄를 만들어 형식적인 법 절차를 거쳐 곧장 처벌하는 독재'공산국가나 다름없다.
국가와 검찰, 법원은 과거의 불법 행위와 잘못된 판단에 대해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사과는 화해의 첫 출발이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 보상과 함께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 공안 정국을 빌미로 불법을 저지르고, '증거 제일주의'를 무시한 판결은 국가와 공권력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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