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유교 책판' 세계기록유산 등재 실현을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술을 책으로 찍어내기 위한 '유교 책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국내 후보로 확정됐다. 이는 우리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한국적 유교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목판으로 된 '유교 책판'은 모두 718종에 6만 4천226장으로, 유형별로는 문집류가 가장 많다. 여기에다 성리서와 족보류, 예학서, 역사'전기류 등 대부분 유학자들이 생산한 기록물이다.

우리 유교 문화를 기록한 문화유산의 하나인 유교 책판은 문화재청이 다음 달 말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할 예정으로, 2015년 6월경 열리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세계기록유산이란 유네스코가 미적'사회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기록물을 보존'보호하기 위해 선정한 문화유산을 말한다. 선정된 자료들은 훼손 방지와 보존을 위한 기술적 지원을 받게 된다.

2012년 현재 96개국 285건이 세계기록유산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팔만대장경, 동의보감,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 등 11건이 등재되었다.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와 폴란드에 이어 영국과 함께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기록유산을 보유한 문화 강국인 것이다.

특히 '유교 책판'은 유학 집단의 사회적 공론을 거쳤으며, 후손이나 후학이 자발적으로 경비를 모아 책을 인쇄하기 위해 목판을 제작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주요 등재 기준인 진정성, 독창성과 세계적 중요성이 뛰어나 등재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교 책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준비 과정에서 안동에 있는 국학진흥원의 노력이 컸다. 국내 유일의 목판연구소를 설립해 지난 10여 년 동안 전통 기록 자료들을 수집 보존해 왔고, 첨단 시설을 갖춘 목판 전용 수장 시설인 장판각을 운용하며 책판과 현판 등 수만 장의 조선시대 유교 목판을 관리해온 것이다.

유학(儒學)은 이념을 현실 속에 구현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 실천철학이다. '유교 책판'에는 인의예지의 유교 이념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는 조화로운 공동체 질서를 일구어 나가기 위해 애를 썼던 선현과 선조들의 혼과 땀이 배어 있다. 꼭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 중국에도 없는 한국적 유교 문화의 자존심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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