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서각의 시와 함께] 달동네-이상국(1946~ )

사람이 사는 동네에

달이 와 사는 건

울타리가 없어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의 지붕 꼭대기에

달의 문패를 달아주었다

  -시집『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 2005.

달동네는 도시 외곽의 산등성이나 산비탈 등 높은 지대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를 가리키는 말이다. 달동네라는 이름은 높은 곳에 위치해 달이 잘 보인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광복 이후 조국을 찾아 귀국한 동포들과 남북 분단 이후 월남한 사람들이 도시의 산비탈 등 외진 곳에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되었다. 1966~1971년간 농촌인구는 150만 명이나 줄어들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도시로 가서 달동네의 식구가 된다.

 달동네는 가난한 마을이다. 대부분 산 몇 번지로 불린다. 달동네. 누가 지은 이름인지 참 정겨운 이름이다. 시인은 '달동네'라는 이름에 주목한다. 달동네는 사람이 사는 동네에 달이 와서 함께 사는 동네라고 정의한다. 달이 와서 사는 까닭은 울타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달동네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을 문패를 달아주었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시인의 상상력이다.

 부유하게 사는 사람들은 집의 담장은 완강하다. 그러나 가난한 마을은 그렇지 않다. 잃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웃과 소통하며 정을 나누며 산다. 있는 이보다 없는 이가 마음이 넉넉하다. 아이러니다. 시인은 그런 달동네를 애정 어린 눈으로, 혹은 선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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